어느덧 9월 초를 지나 중순에 접어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날씨, 귀를 울리는 매미 소리, 일기예보에도 없이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아직도 여름이라는 날씨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일상을 관찰해 보면 조금씩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후 7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어둑어둑해진 하늘과, 해가 진 후 부는 선선한 바람, 초록빛에서 조금씩 노란빛으로 물드는 나뭇잎. 바쁜 일상을 사느라 눈치채지 못했어도 착실하게 가을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어디 계절뿐이겠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조금씩 변해간다. 육체적인 노화는 기본이고, 정신적으로도 여러 변화들이 생긴다. 똑같은 나이임에도 누군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반면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철없는 언행을 일삼기도 한다.
예전과 달라진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그들을 대한다. "너 왜 이렇게 변했어?"라고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속으로 말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예전보다 자주 만나기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한다. 상대의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된 모습으로 그들을 대한다. 결국 그들 자신조차 변한 것은 생각지도 않은 채 말이다.
가을로 접어들수록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모든 나무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나무들도 있다. 단풍이 들었다고 해서 이상한 나무가 아니고, 들지 않았다고 해서 별종이라 부를 필요도 없다. 단지 계절에 따라 각자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종류야 어찌 되었든 우리에겐 그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나무로 인식되는 것이다.
아무리 가을이 오는 것을 막아본다고 해도, 결국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이 온다. "나는 인터넷이 싫어"라며 산골짜기에 살아도 그건 개인의 선택일 뿐,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걸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멍청하다고 욕하거나, 반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평생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반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둘의 처지가 언제, 어느 순간 반대가 될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변화에 쓴소리를 자주 내뱉고 있다면, 그러한 비난이 언젠가 고스란히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길 바란다. 변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현재 자신의 잣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한낮이 너무 덥다며 불평하지만, 불과 몇 달 후면 지금을 그리워할 우리를 떠올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