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하면서 현재 살던 곳에서도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아직 3개월 정도 남았다는 것. 다행히 집주인 분과 잘 합의해서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먼저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3개월 중 1달 치 월세는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 과연 나는 그 분과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런 마음을 먹을 순 있어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을까.
이 과정을 겪으며 느꼈던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서 자신의 권리를 먼저요구하기 바쁘단 것이다. 제대로 월세조차 내지 않고서 급한 일이 생겨 방을 빼야 한다며 다짜고짜 통보하듯 말하는 사람, 자신이 먼저 큰소리를 쳐놓고 상대방의 호통에 '어디서 큰소리냐'며 더 화를 내는 사람.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가지만, 타인의 실수엔 '조심 좀 해달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 언젠가부터 내로남불을 잘할수록, 마치 "인생을잘 사는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비수기 시즌에 연차를 5~6개 더 받은 적이 있었다. 지난해 다들 고생했다며 사장님이 별도로 내린 지시였다. 그때 사장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결국 잘해줘도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금방 잊더라고. 30분 일찍 퇴근한 건 당연한데, 30분 일찍 출근하면 표정이 정말 안 좋아. 그런 걸 보면 나도 뭔가를 더 주고 싶다가도 하기가 싫더라고. 내가 마음 수양이 덜 된 거겠지."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건 누구나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있다. '내가 원하는 걸 나 또한 타인에게 하고 있는가' 누군가를 욕하기에 앞서, 스스로 그런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사람이 곁에 머물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인가.
당연한 건 없다. 한 달 치 월세를 내든, 내지 않든 그걸로 인해 내 인생이 망하진 않는다. 연차를 더 받든, 받지 않든 하고 싶은 걸 못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당신이 그러한 상대의 행동 안에 담긴 마음을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다 한 번, 당신의 컨디션과 기분이 좋을 때만 그것을 알아보면서 "나는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라고 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가 곁에 두고픈 사람은, 본인이 지치고 힘들 때도 상대를 위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인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 또한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