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Nov 17. 2024

상상에 확신을 더하면 '진짜'가 된다

'~할까봐'라는 건, 결국 해보지 않았다는 것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 뒤를 돌아보는 순간들이 있다. 똑같이 뒤를 돌아보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땐 고심해서 내린 결정임에도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에 자꾸만 멈칫거리곤 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그랬어"라는 말을 하고 나서 돌아서는 동시에, 머릿속에선 '정말로 하고 싶은 거 맞아?'라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던 시기였다.


 




도전은 위험을 동반한다. 위험엔 여러 가지가 있다. 실제적인 위험과 간접적인 위험.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면 발목을 삐거나 상처가 날 수 있다. 이것은 실질적인 위험이다.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실질적인 위험을 이유로 든다. 다칠까 봐, 돈을 잃을까 봐, 헤어질까 봐. 하지만 이것들은 직접 해보긴 전엔 실제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일어나서'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까 봐'라는 예측의 영역이다. 즉, 우리가 도전을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적인 위험이 아닌, 간접적인 위험에 속한다.



나는 실질적인 위험보다 간접적인 위험이 더욱 무섭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간접적인 위험은 '도전 자체를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다친 경험이 있었다는 건, 그래도 자전거를 타보기라도 했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애초에 자전거를 한 번도 타지 않은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자전거를 탈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이제 와서 자전거를 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 나이에 자전거를 못 타면 남들이 볼 때 뭐라고 생각할까' 간접적인 위험이 두려운 사람들은 도전 자체를 비난하기도 한다. "자전거 타다가 혹시나 교톻사고라도 나면 그땐 어떡하려고 그래?"






생각해 보면 나도 간접적인 위험을 많이 두려워했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도전을 겉으로는 응원하면서 '정말 그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도 했었다. 내가 세워둔 알량한 기준에서 벗어난 도전들은 위험하고, 아찔하며, 자칫하면 일상을 좋지 않게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살면서 겪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기준을 무너뜨리고 간접적인 위험을 극복한 도전들은 그 자체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주었다. 최근 다녀온 스위스 여행도 그러했다. 누군가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이 굉장히 힘들 거라고 말했다. 물론 14시간 동안 앉아있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다. 아무리 자도 시간은 여전히 많았기에,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여러 편 볼 수 있었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극찬했던 스위스 풍경은 내게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멋진 경치였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에겐 그러한 풍경보다, 스케줄을 소화한 후 숙소로 돌아와 씻은 뒤 침대에 누워서 자기 전까지 뒹굴거렸던 시간이 더욱 좋았다. 더군다나 여행 내내 피부가 건조해서 따갑고 간질거린 탓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해 온전히 풍경을 즐기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실제로 여행을 가본 덕분에 알게 된 점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힘들다던 장시간 비행이 두려워 떠나지 못했다면 과연 이러한 것들을 알 수 있었을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도전해 보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평소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무언가를 하기 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짙다면 한번 눈 딱 감고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만약 당신이 상상했던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앞으로의 도전 또한 상상처럼 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반대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라면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 보고 움직여보는 걸 추천한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현재의 일상을 누리며 느낀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똑같이 과거를 되새기더라도, 현재가 불안정할 때와 안정적일 때의 이유와 그에 따른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불안정할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의 부족 때문이라면, 안정적일 때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실수를 점검하는 것에 가깝다. 똑같이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불안정할 때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안정적일 때는 그럼에도 해보는 편에 가깝다. 



많이 달라졌다곤 해도, 여전히 나는 간접적인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꽤 있는 편이다. 그걸 알기에 실패하더라도 일단은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하다가 중간에 멈출지라도,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한다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노력했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진실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