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자'와 '할 거면 실수없이'

by Quat


무언가를 할 때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단 해보자" 파와, "이왕 할 거 제대로 준비해서 해야지" 파로. 우리 집의 경우엔 주로 전자가 나, 후자가 아내이다. 그렇다보니 집안일에서부터 글쓰기 등 일을 처리하는 속도와 방식이 다른 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저녁을 먹은 뒤 곧바로 설거지하는 걸 좋아한다. 미루더라도 어차피 나중엔 아내와 나, 둘 중에 한 명이 무조건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대신 설거지를 한 후 뒷정리가 미흡할 때가 종종 있다. 설거지를 하면서 튄 물이 바닥이나 싱크대에 남아있거나 다음날 설거지 한 그릇에 무언가 묻어있는 경우들도 있다.



반면 아내는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지만, 그 대신 한번 시작한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편이다. 똑같이 설거지를 해도 아내가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물기 하나 없는 싱크대부터 시작해 주방 행주를 빨아서 삶는 등 디테일한 부분들은 흠잡을 데가 없다.





처음엔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약간 걸리긴 했다. '저렇게 미루는 것보다 일단 시작해서 빨리 마무리를 짓는 게 더 낫지 않나'라고 내가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하기로 했는데 왜 저렇게 대충 대충 하지'라고 받아들이곤 했다.



작년 서로의 책이 출간될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결혼 준비 및 이직 등과 겹쳐 출간에 신경쓸 겨를이 부족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진행이 빨리 되어 예정 출간일보다 약 한 달 정도 먼저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첫번째 책이었기에 좀 더 내용을 수정하고 출판사와 논의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출간'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의미가 더 컸기 때문에, 이번엔 전체적인 출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별다른 수정이나 제안을 하지 않았었다.



반면 아내는 출판사와 계속해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부터 책에 실리는 삽화 등 작가의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나 개선사항 등을 요청했다. 책 내용이 적힌 파일을 나 또한 몇 번이나 읽어보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최종 수정본을 출판사에 보낸 후에도 아내는 내게 "이 표현은 좀 그렇지 않아?", "이렇게 바꾸는 게 더 나을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여러 번의 수정과 자체 심의를 거쳐 아내의 책도 가까스로 12월 말에 출간될 수 있었다.






이처럼 각자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다투거나 조율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그런 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서로의 행동들 중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면은 '부럽다'고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내의 꼼꼼함과 완벽주의를, 아내는 나의 망설임 없이 시작하는 모습과 속도를 부러워했다. 그와 동시에 바라는 점 또한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사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속도에 비중을 더 둘 수도, 꼼꼼하게 마무리짓는데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식사를 하고 나면 주로 내가 설거지를 하는 편이다. 대신 설거지 후 미흡한 뒷정리는 아내가 말없이 처리해준다. 그리고나서 내게 앞으로 바라는 방식을 차근차근히 설명해주면 굳이 언성을 높일 일이 없어진다. 서로 자신의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답답하면 상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자신이 나선다. 이것이 우리가 결혼 후 지금까지 크게 다투지 않고 맞춰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빨리 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것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중요한 건 각자가 선호하고 몸에 익힌 것을 상황에 맞게 잘 이용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서 '서로 다름'으로 자주 다투는 편이라면, 오늘은 상대의 특성 중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바라봐주고 알아주는 한 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