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건 말이 아니라, 곁에 있어준 시간이다."
몇 년 전, 힘든 날들이 유난히 겹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지쳐 있었고 그날따라 이유 없이 마음이 더 무거웠다. 평소엔 외롭다는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할 만큼 쓸쓸했다.
괜히 핸드폰을 열어 연락처를 훑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친구 몇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냥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였다.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더 허전해졌다.
그렇게 연락을 망설이다가, 예전에 모임에서 알게 된 동생이 생각났다.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이 떠올랐다. 연락을 했더니, 타지에 머물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속으로 ‘역시 안 되겠구나’ 싶었지만, 괜찮다고, 다음에 보자고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문자가 왔다. “저녁 늦게라도 괜찮으면 갈게요.”
당황스러웠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 동생은 정말 저녁 무렵 내 동네까지 찾아왔다. 그날따라 비도 많이 내리고, 길도 미끄러웠는데 말이다. 우리는 조용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별로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요즘 어때요, 그땐 힘들었어요, 그냥 그런 대화들. 하지만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가 내 쓸쓸함을 알아채고 직접 걸어와준 그 마음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어둡고 축축했던 날씨, 따뜻했던 커피 한 잔, 그리고 조용히 앉아주던 그 마음.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
삶은 자주 복잡하고, 사람들은 쉽게 멀어진다. 그래서 그런 순간이 더 소중하게 남는 것 같다. 외롭고 지치던 어느 날,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준 그 기억. 나는 그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