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 많으니까 저런 거지.”, “돈에 찌들면 저렇게밖에 못 살아.” 우리는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곤 한다. 누군가 비싼 옷을 입고, 고급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까지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돈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과 관련된 예로 드라마나 영화 속 부자들은 종종 이기적이고 냉정한 인물로 그려지며, 뉴스 속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비리나 편법이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은 어딘가 수상하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처럼 퍼져간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단순한 반감만이 아니라, 질투와 거리감, 혹은 ‘나는 저만큼 가지지 못했는데’라는 씁쓸함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부러움은 금세 경계심으로 바뀌고, 경계는 차가운 시선으로 굳어진다. 사실 돈이 많다는 건 그 사람의 인격이나 성품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돈이 많다고 모두가 나쁜 사람은 아니며, 반대로 돈이 없다고 모두가 선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정말로 봐야 하는 건 그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나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돈에 얽매일 것이고, 그로 인해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급을 매길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이 단지 나의 착각일 뿐이라는 걸. 경제적인 여유가 충만할수록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동시에 보답할 줄 알았다. 물론 돈이 많은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았지만 갖고 있는 부는 그들을 여유롭고 너그럽게 만들어주었다.
반면 자신에게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일수록 매사에 여유가 부족해 보이곤 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들에도 화를 내거나 쉽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엔 돈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막상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 것 같으면 전혀 다른 표정과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돈을 원하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고서 "난 돈 없어도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돈은 사람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 그저 본래의 성향을 더 뚜렷하게 만들 뿐이다. 가진 자가 더 이기적이 되기도 하지만, 더 관대해지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이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바라봐야 한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반대로 무작정 우러러보는 태도 모두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돈은 그냥 돈일뿐이다. 문제는, 그 돈을 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돈은 성격이 없다. 사람만 성격이 있다. 그리고 그 성격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