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불안, 어디서부터 왔을까

by Quat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돈’인 날이 있다. 지출 내역을 떠올리며 한숨 쉬고, 오늘은 뭘 먹어야 가장 싸게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한다. 통장을 들여다보며 이러다 정말 잔고가 바닥나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이처럼 돈에 대한 불안은 일상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로 생기진 않는다. 현재 돈이 있더라도 오히려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거나, 필요할 때 없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일 수도 있다. 친한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꽤나 돈을 모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격지심이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대학 시절 한 친구는 늘 “돈은 적당히 있으면 돼”라고 말하곤 했다. 그 말엔 여유가 묻어 있어서 듣는 나도 괜히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졸업 후 몇 년이 지나, 그 친구는 더 이상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사실 나도 항상 불안했어. 부모님 지원이 끊기고 나니까, 월세 내는 게 제일 무서웠어.”



알고 보니 그는 예전부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메우고 있었고, 졸업 후엔 몇 달간 카드 돌려 막기를 하며 버티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은 늘 조마조마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불안은 현실에서 오기도 하지만,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더 커진다는 것을.






우리는 돈 이야기를 꺼리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부족하다고 말하면 무능력해 보이고, 모은다고 하면 욕심 많아 보인다. 그래서 누구나 돈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불안을 말할 언어를 갖지 못한다. 결국 불안은 더 조용히, 더 깊이 안으로 파고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돈 앞에서 움츠러들게 되었을까.



언제부턴가 돈은 삶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돈이 많으면 성공한 사람, 없으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분법. 그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항상 미완성의 인간처럼 느껴지게 된다. 돈이 불안을 만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불안을 키우는 것은 ‘돈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다.



이제 우리는 돈을 어떻게 쓸지 보다 돈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선 돈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불안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돈이 없어서 불안한 것인지, 돈이 있음에도 그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함인지 등 내 불안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것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지점을 되짚는 일이야말로 돈 앞에서 숨이 트이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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