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 : 홀로 굳건히, 그러면서 함께

by Quat


자존감에 대한 글을 쓰며 관련된 영상들도 찾아보고, 내가 만났던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에 대해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들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이유들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 등등 타인을 배제한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러한 정의들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높은 자존감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는게 가능할까라고. 요즘 들어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유형을 하나만 꼽자면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은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을 신경 쓰기보단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기 마련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불편함을 유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라는 이유를 들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그 행동의 이유가 두 사람 모두 같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가 자존감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나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고 겪었던, 정말로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바라보진 않았다. 주로 자신에게 집중하되, 타인을 향한 따뜻한 배려심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존감이 높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묵묵히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피해받지 않도록 조심했다. "전 자존감이 높은 편이에요"라고 제 입으로 말하는 사람과 정말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가장 구분되는 순간은, 바로 그들이 피해를 받거나 힘들어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였다.



"자존감이 높다", "남들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묻지도 않았는데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들일수록, 힘든 상황에 처하면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편이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향해 돌려서 비난을 하거나 기분 나쁜 말들을 툭툭 던지곤 했다. 반면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은 그저 담담히 그 상황 자체를 빨리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데 힘을 기울이는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 중 옳은 것들은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기분 상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 의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 또한 존중하는 것. 내가 소중하듯, 남도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행동이다.






자존감이란 분명 내가 만들고 세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올바른 자존감, 높은 자존감은 마치 집을 만드는 것과 같다. 아무리 튼튼하게 기둥을 세우고 기초 공사를 잘해도, 지붕과 벽이 없는 집에 누가 살 수 있겠는가. 정말로 잘 만들어진 집은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기 마련이다. 좋은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든 집도 물론 집이다. 스스로 만족하고 그 집에서 사는 것도 가능하다. 단, 그 집을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지, 놀러 오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내 마음대로 만든 집을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면 그 사람들 모두가 이상한 게 아니라, '집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혼자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도 결국 내 삶은 나밖에 살 수 없다.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 말이 꼭 나 혼자만 살아가라는 건 아니다. '주체적으로 산다'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자주 다투거나 부딪힐 필요는 없다. 나만 지키는 자존감이 아닌, 모두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자존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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