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나를 지키는 수단이다

by Quat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비결이 있으신가요?” 어느 인터뷰에서 유명 연예인에게 이런 질문이 주어졌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웃으며 답했다. “피부과 다녀요!” 솔직한 한마디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인터뷰어는 덧붙여 물었다. “그래도 물을 많이 마신다거나, 그런 거 없으세요?” 그녀는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화장실만 자주 가게 되던데요!”


자기 관리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그녀의 말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돈을 써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시간을 절약하고,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우리는 알고 있다. 돈은 때로 노력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산에 오르는 방법도 다양하다. 선선한 날씨엔 천천히 걸어 올라가도 좋지만, 한여름 무더위엔 케이블카가 훨씬 더 낫다. 몇 천 원을 내면 시간과 체력, 더 나아가 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 별것 아닌 선택 같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돈이 우리를 어떻게 지켜주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지켜야 할 것이 클수록, 지불해야 할 돈도 커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건강’이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함부로 다룬다. 초콜릿으로 끼니를 때우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피곤하다고 운동은 미루고, 불규칙한 수면을 반복한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몸은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속이 더부룩하고 두통이 잦아지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외양간을 고칠 돈이 있을 때나 통하는 얘기다. 건강을 되찾는 데는 비용이 든다. 병원 치료는 결코 무료가 아니고, 돈이 부족하다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을 억지로 이끌고 다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건강은 쉽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그나마 나은 경우다. 내 실수로 인해 발생한 일이니, 내가 책임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말 가슴 아픈 순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차갑고 냉정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이건 아무리 부정하려도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부모가 아플 때, 자식이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사랑하는 연인이 꼭 갖고 싶은 게 있다는 걸 알아도 수중에 돈이 부족하면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돈이 부족할수록 방법을 찾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길어질수록 누구나 지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입원한 병실이 1인실이 아닌 다인실을 찾고, 그것도 안되면 보다 시설이 낙후된 병원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달래거나 다른 길로 회유하기도 하고, 종국엔 '네가 어려서 아직 뭘 잘 모른다'며 언성을 높이게 될지도 모른다. 연인의 선물을 매번 원하는 것들보다 저렴한 것들로 대체할 수도 있다. 처음엔 마냥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말과 행동들도, 서운함이 덧칠되다 보면 더 이상 낭만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돈을 벌고 모아야 하는 이유는 '덜 불행해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나의 일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돈은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중요한 수단이다. 한 번이라도 삶의 밑바닥을 찍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결국 가장 어둡고 두려운 순간에서 우리를 가장 빠르게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건 다른 어떤 것들보다 돈이라는 걸.



가진 것이 없을 때 여유를 부리는 건 멋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밑천이 드러난다. 지금 돈이 없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없어도 괜찮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일상일 때, 우리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전쟁은 평화로울 때 대비하는 법이니까. 돈은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손에 쥐고 있어야 할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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