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평생 친구, 바로 '돈'

by Quat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상상만으로 정의해 타인을 설득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예전 다른 글에서 언급한 말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직장인을 상대로 '상사와의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설명하거나, 모태솔로가 연애 중인 친구에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사랑'을 말한다고 상상해 보라. 상대의 말을 듣고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해도 꽤 나이스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가 친하다거나, 듣는 사람이 속에 있는 말을 여과 없이 말하는 타입이라면 어떨까.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표정이 구겨지거나 "안 해봤으면서 뭘 그렇게 쉽게 말하냐"라고 퉁명스레 말할 확률도 있다.



말을 하는 건 본인의 자유이다. 경험해보지 않거나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해 '만약 내가 그것을 가졌다면(혹은 해봤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추측으로 상대에게 조언을 하려 든다면 어떨까? 앞에선 공감을 하더라도 아마 그런 사람과는 누구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쉬워 보인다고 해도 무언가를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엔 분명한 경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한 번도 큰돈을 벌어보지 못한 사람이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물론 그 말은 그 사람의 입장에선 나름의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에 깊이 공감하거나 와닿는 무언가를 느끼긴 힘들다. 왜일까? 바로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돈을 '제대로 소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백억을 소유한 자산가가 같은 말을 한다면 결과는 정반대일 것이다.



단순하게만 놓고 보면 단지 말하는 사람의 '부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내막을 살펴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사람들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차이와, 그 깊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커다란 부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현실적인 동시에, 가슴을 울리는 이유들이 있다. 돈을 버는데 집중하는 사이 잃어버린 건강이나, 쌓인 부를 노리고 접근하는 이기적이고 못된 주변 사람들, 우연한 계기로 찾게 된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 등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근거들이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것이다.






예전에 나 또한 그랬다. '돈이 많은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지금 내가 행복하는데 그렇게 큰돈은 필요 없는데', '돈이 많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보단 없는 게 마음 편해'라는 생각들을 자주 했었다. 퇴근 후 카페에 들러 마시는 커피 한 잔, 금요일 저녁 시켜 먹는 치킨이나 피자 정도면 나의 행복을 지키는데 충분했다. 문제는 내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 외의 사건들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던 나의 기준을 바꿔 말하면, '내 소소한 일상을 지키는 거면 충분해'와 다름없었다. 그건 돈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나 혼자 대충 먹고살기만 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에 지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돈에 대한 내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돈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꿈, 건강, 가족보다 돈이 소중한 건 아니지만 내가 소중한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돈을 멀리하고 살던 시절이 길었기에 여전히 돈을 가까이하는 게 서툴고 어렵지만, 예전보다는 돈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무언가에 대해 좋고 나쁘다를 비난하려면, 일단 그것을 제대로 해보고 가져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해보지도 않은 채 현재 자신의 상황에 미루어 짐작하고 평가하는 버릇은 스스로를 하찮게 만드는 지름길을 걷는 것과 같다. 설령 생각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있다면, 사람들을 설득하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 순 있다.



지금도 나는 돈이 우리 인생의 모든 부분을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삶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해 주고, 실질적인 해결에 도움을 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돈이란 건 마치 소울메이트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좋든 싫든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리고 그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지는 오로지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잊지 말자. 돈과 좋은 친구가 될 것인지, 원수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건 돈의 몫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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