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사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하루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를 꽉 채워 살다 보면 뭔가 중요한 걸 놓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멍’을 때린다. 이러한 '멍 때리기'는 적당히 하루를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행위라 장담한다.
흔히 '멍 때린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낭비 하는 것 아니냐", "아무 생각 없어서 좋겠다" 등 집중하는 건 좋은 것이고, 그와 반대되는 '멍 때리기'는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다고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서울에선 2014년에 세계 최초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멍을 때리는 게 뇌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밝혀진 덕분이 아닐까 싶다.
멍 때리기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몇 가지를 말하자면, 우리가 집중해서 일하거나 공부할 때는 ‘작업 네트워크’라는 회로가 돌아가는데 멍을 때리면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게 켜진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하루 동안 내가 받은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또한 뭔가를 배우고 나서 곧바로 다른 걸 하지 않고 잠시 멍하니 있으면, 그 기억이 더 오래가게 된다. 뇌 안의 해마가 방금 있었던 일을 ‘압축 편집’처럼 빠르게 재생하면서 장기 기억으로 옮겨 담는 과정인데 심지어 잘 못 외운 내용일수록 먼저 다시 틀어준다고 한다. 제대로 안 된 내용부터 알아서 복습이 된다니, 아주 좋은 프로세스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더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멍 때리는 시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컴퓨터나 TV를 오랜 시간 동안 틀어놓고 만져보면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열이 발생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난 뒤 이마를 만져보면 전보다 뜨끈해져 있다. 이 상태로 계속 유지하면 기계나 사람이나 고장이 난다. 기계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지만, 사람은 예민해지고 화가 많아진다. 멍 때리기는 일종의 쿨링시스템이자, 전원 끄기와 같다. 잠깐이라도 쉬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나면 전보다 마음이 안정되고, 그로 인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확률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내가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멍을 '어떻게' 때리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이 주제에 대해 아내와 대화를 처음 했을 때,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멍을 어떻게 때리는 거야?" "응? 그냥 생각을 없애면 되지." 내 대답에 아내는 깜짝 놀라며 다시 되물었다. "생각을 없애...? 그걸 어떻게 하는데?"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멍을 잘 때리는 건 아니구나란 걸.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멍 때리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아래의 과정을 따라게 보길 바란다.
멍 때리기 5단계
1. 짧게 시작하기
- 2~3분 정도로 타이머 맞추기
(처음부터 10분 이상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불안해짐)
2. 시선을 한 곳에 두기
- 창밖 하늘이나 잔잔한 물결 등에 시선 고정
3. 호흡에 집중하기
-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기 반복
4. 잡생각 흘려보내기
- 억지로 '생각을 없애야지'라고 압박 가지지 않기
- 잡생각이 들면 '나중에'라고 속으로 답하고 흘려보내기
5. 끝맺음 만들기
- 타이머가 울릴 때 '끝났다'라고 인식하기
- 멍을 유지하는 동안 느꼈던 편안한 기분 등을 메모해도 좋음
멍 때리기는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나라는 기계를 오래 쓰기 위한 필수 쿨링이다. 심지어 멍을 때린다고 해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기분은 확실히 좋아진다. 이런 가성비 좋은 습관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손해 아닌가. 그러니 오늘 하루 중 3분이라도 멍을 때려보라. 주변 사람이 “뭐 해?”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지금 내 뇌, 자동 업데이트 중이야. 방해 금지.” 단,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멍에 너무 깊게 빠지면 쿨링이 아니라 ‘시스템 종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땐 누가 불러도 못 일어난다. 그러니 멍도 적당하게 때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