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마당

오빠의 부재와 첫 번째 멈춤

by 비채꿈

집안은 아침부터 아궁이 불길처럼 분주했다. 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둘째 올케는 산달이 가까운 몸으로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물을 데치고 전을 부쳤다. 연기가 오르내리는 부엌 사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이 집 안을 감돌았다. 서늘하다기보다 시린 공기였다. 막내 오빠의 소식이 끊긴 지 며칠째였다.


막내 오빠는 집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어린 시절 달집 태우기를 하던 날,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심하게 차인 것이 화근이 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병원 대신 인분 술이라는 민간요법을 택했고, 부서진 뼈는 제때 붙지 못했다. 오빠의 다리는 끝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남았다. 그는 절뚝이는 몸으로 양장점에 들어가 재단과 재봉을 배웠다. 긴 머리에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은 제법 멋졌지만, 동생은 그 다리가 부끄러웠다. 철없던 시절 “절름발이 병신”이라 소리치며 달아나면, 오빠는 그 아픈 다리를 끌고 끝까지 쫓아왔다. 미안하다는 말도, 사과할 기회도 삶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오빠는 편도선염을 달고 살았다. 가래를 뱉는 모습을 보며 동생은 더럽다며 핀잔을 줬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오빠는 부산으로 떠났다. 그러나 아버지 제삿날,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오빠들이 빈손으로 돌아와 말했다. 부산의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고, 이미 화장해 낙동강에 뿌리고 왔다고. 집안은 순식간에 울음으로 잠겼다. 제사상을 차리던 손이 떨렸고, 어머니의 가슴 치는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어느날 아이는 마당에서 낯선 풍경을 보았다. 대나무 끝에 매단 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하얀 옷을 입은 무당이 징과 북을 울리고 있었다. 그날은 오빠의 사십구재이자, 장가도 못 가고 떠난 이를 위한 영혼결혼식 날이었다.


어머니는 마당 한복판에서 손을 비비며 빌었다. “우리 아들 좋은 데 가게 해주세요.” 그 기도는 신에게 드리는 말이 아니라, 삶에 던지는 마지막 항변처럼 들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알았다. 삶과 죽음은 늘 나란히 서 있으며, 기쁨과 비극은 한 걸음 차이라는 사실을.


오빠의 짧은 생으로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임을 가르쳤다. 오빠가 빌려 갔던 푼돈, 양복 입은 야윈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은 이제 삶을 떠받치는 아픈 증거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어머니가 손을 비비며 빌던 그 나이가 되어 오빠를 위해 백중 기도를 올린다. 그 서늘했던 마당의 공기가, 사실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아졌던 숨결이었음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삶은 멈추며 틈을 만들고, 그 틈 사이로 타인의 고통을 알아보는 눈이 자란다. 그녀는 그 첫 번째 멈춤을, 오빠의 부재로 배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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