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부터

by ps project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제도 눈이 많이 왔는데 그 위로 또 소복하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나뭇잎 위로 하얀 눈이 쌓여 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눈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내 기억 속에 이렇게 오래 눈이 내리고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강원도에서 살다가 용인으로 이사 왔는데 여기서 눈을 훨씬 많이 보게 될 줄이야. 거실 창으로 나무에 눈 쌓인 모습을 그림처럼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니 겨울 별장에 온 듯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새삼 주변 풍경이 주는 힘이 느껴졌다. 바깥 풍경이 바다라면, 창으로 햇빛이 쨍쨍하게 비춘다면, 혹은 사막이라면, 네온사인 가득한 대도시 한복판이라면? 커튼을 열었을 때 보일 전혀 다른 풍경들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렜다.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걸 보니 마치 가보지도 않은(사진으로 많이 본) 삿포로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눈 덕분에 오늘은 어제와 다른 상상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늦은 오후에 눈이 어느 정도 그쳐서 아이와 집 앞 공원에 나가보았다. 하얗고 통통한 눈이 나뭇가지마다 보드랍게 쌓여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아이도 신이 나서 눈을 밟고 만지고 눈 위에 앉아서 발을 동동 거렸다. 작은 육교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언니오빠들이 신나게 썰매 타는 모습을 한참 구경했다. 안 그래도 썰매가 내일 배송된다는데 내일 엄마아빠랑 같이 우리 아기도 썰매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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