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밝다는 점은 나에게 있어서는 참 부럽게 느껴진다. 내가 그렇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세상마저 참 밝고 찬란해 보여서 부럽다. 밝은 성격의 소유자들은 세상살이마저 뭔가 긍정적이고 순탄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 친구는 그런 삶을 동경했던것일지도 모르겠다.
실명을 언급할 수는 없으니, 그 친구의 성격에 비유하여 '온화할 은'에 '빛날 광'을 써서 은광이라는 예명으로 부르도록 하겠다. 은광이는 내가 한자로 풀이한 것처럼 온화하고 빛나는 친구였다. 밝고 활달한 성격 때문인지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은광이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었다.
처음 은광이를 만난 것은 동아리에서였다. 처음 본 은광이는, 목소리도 참 크고 특이했으며 주변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나 액션도 참 컸다. 억지로 큰 리액션을 하거나 일부러 튀려고 하는 친구라면 거부감이 드는 나였지만, 은광이는 억지스러운 정도까지는 가지 않는 적당한 선을 지켰다. 그와 친한 친구들도 참 많았고 복도만 지나다녀도 인사나 말을 건네는 사람이 많았다. 누가 봐도 통칭 '인싸'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나와는 참 반대되는 친구였다.
은광이와 친해지기 시작한 것은 같은 반에 배정되고 난 뒤인데,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한 친구임을 느꼈다. 성격은 성격대로 공부는 공부대로 잘하니 선생님들 사이에 그렇게 유명할 수 있구나 싶었다.친구들의 조금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어도 대화를 잘 들어주는 그런 친구였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빛이 있으면 당연하게도 어딘가에는 그림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은광이도 남들에게 비치지 않을 뿐인 그림자를 가진 친구였다.은광이의 가정사는 남들보다 조금 어두운 편이다.그런 이유로 부모님 중 한 분과 함께 지내고 다른 한 분의 집으로 따로 내려가서 지내기도 한다. 다행히도, 두 분과 은광이의 거리는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어렸을 적에 겪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충격적인 사실이었음에, 우울증도 찾아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그가 찾은 도피처가 바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이다. 그는 새로운 도피처를 발견하며 자신의 아픔을 잊으려 했고, 일부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 하거나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은 어두운 모습이 아닌 밝은 모습에 자신에게 다가옴을 알게 되었다. 그의 텐션은 점점 높아졌고, 이제는 그런 텐션을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친해진 뒤로는 뭔가 나에게는 억텐(억지로 텐션을 높이는 것)을 들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다른 사람의 성격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 사람이 원래 밝은 것은 아님을 시간을 들여 알아냈기 때문임이라. 그래서 과거사도 들을 수 있었고, 나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나 조금 무거운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평소에는 서로 바보 같은 농담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은 그를 챙기는 나만의 매너이다.
빛을 내뿜는 것들은 대부분 에너지를 소모하기 마련인데, 전구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전구는 건전지를 활용한 전기 회로를 통해 간단히 비출 수 있지만, 건전지의 남은 전류 잔량이 사라지게 된다면 전구는 빛을 낼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억지로 밝히는 이 친구도 그러하다. 그는 어떤 에너지를 소모하는가,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타나는 낮은 텐션이나 분노의 감정은 그가 필요한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었음의 반증이리라.
밝은 성격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좋은 인간관계는 자신의 주변환경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음에 틀림없다. 은광이는 그런 삶을 동경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동일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라고.밝은 성격이어야만 친구가 생기는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면 밝은 척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내가 오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밝은 성격만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신을 속여 만든 밝은 성격은 결국 나중에 들통나기 마련이다 - 그가 나에게 억지로 만들어 낸 텐션을 들킨 것처럼.
전구는 에너지를 통해 자신을 밝히지만, 달이 우리에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태양빛이 달에 비치기 때문이다. 굳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는 밝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가. 밝은 성격은 상황이 만드는 것이지, 자신이 억지로 꾸며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꾸며내서 얻은 밝은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게 자신의 원래 성격이 될 수는 없는 법.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에 짓눌려 지쳐가게 될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여전히 그는 가면을 쓰고 밝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금씩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밝은 성격은 자신이 노력해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기를. 억지로 밝아지려 하지 않아도 밝은 사람이 될 수 있게 좋은 환경과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조심스레 친구로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