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 외로움의 시대, 연결을 고민하다.

외로움의 얼굴들

나이가 들면 외로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줄 알았다. 무료함이나 우울함, 혹은 외로움 같은 감정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징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런 감정에 나이라는 경계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외로움이란 특정 세대나 상황에서 드러나는 감정이 아니라 생애 주기에 걸쳐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외로움은 상경한 도시청년의 삶에서도, 실직한 중년의 시간들에서도, 노년의 외로운 밥상에도 스며있다. 각자의 일상 속 외로움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함께 할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내가 일하는 밀양은 인구 10만 명 남짓의 소도시다. 주민의 다수가 50대 이상이며, 평균 연령이 55세를 넘는다. 그중 상당수가 1인가구로 살아간다. 얼마 전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공론장을 개최했다. 내가 참여한 테이블에는 치매 부모를 돌보는 사람, 이제 막 노인이 된 사람, 복지기관 종사자도 앉아있었다. 돌봄의 경험이 깊은 이들답게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세밀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공동체 밥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곧 주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함께 먹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옮겨갔다. 밥을 나누고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지금 밀양에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동의했다. 드라마에서 보는 농촌마을의 어르신들은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6시 내 고향’에 나오는 마을 회관과 노인정은 소일하러 나온 어르신들의 사랑방 같아 보였지만 실상은 그마저 텅텅 비어가거나 그곳에 조차 나오기 힘든 외로운 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외로움의 문제는 노인보다 청년 세대에서 먼저 드러났던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1인가구가 급격히 늘고, 타지에서 도시로 이주한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지던 시기였다. 그때 청년들은 옥상 텃밭을 함께 가꾸고 수확한 채소로 반찬을 나누거나, 비슷한 처지의 1인가구가 모여 소셜 다이닝을 여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려 했다.


청년활동 지원사업의 심사 현장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를 지탱하기 위한 자조모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단순한 일들이 사실은 도시의 삶 속에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연대의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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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은 어떨까. 세대는 달라도 외로움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이 도시에서 관계의 부재로 흔들린다면, 중장년은 일과 역할의 상실 속에서 고립된다.


어느새 나도 청년의 시기를 지나 중년에 들어섰다. 외로움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몇 달간 구직에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경력도 있었고 실력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재취업이 미뤄질수록 존재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보면 구직의 시간은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줄어들어 한 점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마음 편히 생각하라”라고 말했지만, 이력서를 쓰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 생각은 곧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피하게 되었고, 하루 종일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는 날이 이어졌다.

그 무렵,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형이 말했다.

“시간 정해 나와서 커피도 배우고 로스팅도 해봐.”

그 말을 계기로 일주일에 하루씩 카페에 나가 커피를 볶고 블렌딩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의 작은 외출이 이상할 만큼 마음을 안정시켰다. 돈을 받는 노동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내가 그 시간을 위해 돈을 내야 할 것 같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大) 외로움의 시대 : 개인의 감정에서 사회의 문제로


각 세대가 생애 주기마다 다양한 얼굴로 마주하는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면 그것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2024년, 우리나라의 1인가구가 1,000만을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혼자 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1인가구의 가장 큰 고민은 ‘외로움’이었다. 경제적 불안보다 외로움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여성의 경우 경제적 안정과 직업 유지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는 여성이라고 외로움을 덜 느껴서가 아니라 생계의 압박이 더 시급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대의 한국 사회는 ‘대(大) 외로움의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외로움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생활양식의 변화가 만든 집단적 현실이 되었다.


외로움은 이제 사회적 비용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청년재단이 2023년에 발표한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 연구에 따르면, 고립 청년은 전체 청년의 3.1%에 해당하는 약 34만 명으로, 이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7.5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중 ▲경제비용(비경제활동·직무성과 저하·비출산)이 7조 2천억 원, ▲정책비용(기초생활보장·실업급여 등)이 2천억 원, ▲건강비용(질병·조기사망·작업손실)이 300~400억 원 규모다. 결국 외로움은 개인의 고립을 넘어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복지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이며, 이 비용은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관계의 붕괴와 회복의 가능성: 퍼트넘의 통찰


외로움이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D. Putnam)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 스포츠인 볼링을 클럽이 아닌 개인 단위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며 『나 홀로 볼링』을 썼다. 퍼트넘은 이 변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연결망이 약화되고,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을 진단했다.


그런데 퍼트넘은 최근작 『업스윙(The Upswing)』에서 『나 홀로 볼링』이 다루었던 사회적 자본 붕괴의 현실을 결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현한 20세기 이후 미국의 역사를 두 시기로 나눈다. ‘I 시대’는 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공동선보다 우위에 놓여 사회적 연대가 약화된 시대이고, ‘We 시대’는 공동선과 상호책임이 강조되며 신뢰·협력·연대가 핵심 가치로 작동한 시대다. 그는 이렇게 볼 때 미국은 ‘I-We-I’의 흐름을 보인다고 말한다. 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공동선보다 우위에 있던 20세기 초반 ‘I 시대’에서, 20세기 중반 공동체적 가치와 협력이 중시된 ‘We 시대’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20세기말 신자유주의와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또 한 번의 ‘I 시대’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그럼 다시 순환의 흐름에 따라 We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그는 이 순환이 자동으로 새로운 ‘We 시대’를 보장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We시대의 도래를 위해서는 공동선과 포용의 제도적 기반을 다시 구축해야만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공공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재설계될 때 비로소 공동의 번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낙관에는 비판도 따른다. 『업스윙』은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답은 제시하지 못한다. 영국의 사회혁신 싱크탱크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은 이를 두고 “퍼트넘의 주장은 도덕적 낙관주의에 기댄, 지나치게 추상적 복원의 서사”라고 평가했다.


제도적 설계로서의 연결: 영국의 외로움 전략


퍼트넘이 제시한 공동체 회복의 서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가치’에 대한 낙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영국은 그 해답을 정책으로 접근했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고, 범정부 차원의 외로움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외로움을 복지나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설계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누구나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A Connected Society」는 영국이 ‘외로움’을 국가적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한 첫 번째 범정부 전략 보고서다. 이 계획은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제시한다.

첫째, 외로움에 대한 낙인(stigma) 완화.
둘째, 모든 정부 부처가 정책과 사업을 설계할 때 ‘사회적 연결성(Social Connectivity)’ 요소를 의무적으로 검토할 것.
셋째, 정책 결정과 평가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증거 기반 체계(Evidence-Based Policy)’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례 1. 낙인을 줄이는 캠페인 ― 「Let’s Talk Loneliness」

가장 상징적인 정책은 외로움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Let’s Talk Loneliness’ 캠페인이다. 처음에는 18~24세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캠페인은 외로움을 겪는 당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라고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도록 독려했다. ‘누군가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는 인플루언서와 기업 파트너의 협력으로 확산되었다. 2023년 이후에는 대상 연령을 16~34세까지 확대하며, 대학 진학·취업 등 삶의 전환기에 겪는 좌절과 고립에 주목하고 있다. 전환기에 겪는 혼란은 당연한 것이며, “외로움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외로움이 낙인이 아닌 공감의 경험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사례 2. ‘사회적 연결성’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

영국은 외로움을 복지나 보건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로 다룬다. 정부는 모든 정책의 출발점에서 “이 정책이 사람들의 연결을 강화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NHS(국가보건서비스)의 ‘링크 워커(Link Worker)’ 제도는 의료·복지 서비스 대상자가 복지 대상으로 서비스를 받으며 오히려 더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다. 지역 활동·자조모임과 연결해 주는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환경·식품·농촌부는 “모든 시민이 집에서 도보 15분 이내에 숲, 공원, 강, 습지 등 녹지 공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자연과의 접촉이 정신적 안정의 효과를 지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국은 모든 부처가 외로움 완화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연결을 촉진하는 정책적 장치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서적 에너지로서의 연결: ‘소속감 효과’


이렇게 영국은 외로움을 ‘정책의 언어’로 풀어내며 사회적 연결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제도가 관계의 구조를 세울 수는 있지만, 그 구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일은 행정의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그 동력을 제공하는 정서적 에너지로 ‘소속감’이 주목받고 있다. ‘소속감이 무엇인가’라기보다는 ‘사람들은 언제 소속감을 느끼는가, 언제 소속되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Sid Lee’라는 캐나다의 광고회사가 진행한 ‘belongs effect’ 보고서는 ‘소속감’이라는 정서적 에너지와 관계의 감각이 개인이 공동체에 연결되는데 핵심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세계 MZ 세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설문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자신을 설명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가치 기반 공동체’(Values-Based Community)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믿고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커뮤니티에서 정서적 지지를 경험한다는 사람이 94%에 달했다.


사람들은 흔히 젊은 세대가 ‘팬덤’이나 ‘브랜드’에 민감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치가 개입하지 않고 단순히 관계성만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낮은 결속과 지속력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드가 개입한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그 브랜드가 공동체의 가치와 일치할 때만 79%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응답했으며, 90%는 그러한 브랜드나 커뮤니티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MZ세대에게 ‘소속감’이 단순한 취향의 공유나 소비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이 반영되는 관계적 연대의 경험임을 보여준다.


Sid Lee의 연구는 브랜드 관점의 연구이지만 사람들의 연결, 사람들은 언제 연결을 갈망하게 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전달해 준다. 외로움은 어쩌면 개인의 정서적 문제가 아니라 ‘소속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 ‘소속의 기회구조’의 붕괴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회복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면 ‘사람들이 왜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없을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속하고 싶은 관계의 구조와 틀은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어야 할 일이다.


소속감 설계와 건강한 커뮤니티 만들기의 경험: 밀양은대학


‘소속감’이 외로움 사회에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통찰은, 결국 그 감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밀양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실천의 경험인 ‘밀양은대학’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https://miryanguniv.oopy.io/) 202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학습과 성장’을 위한 배움터이자, 지역을 기반으로 누구나 속하고 싶은 관계의 구조와 틀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대학’이라는 이름 아래서 진행되는 여러 학습 과정은 개인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지역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커뮤니티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처음에는 “내가 배우고 싶다”, “나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개인의 동기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옆의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지역을 위해”라는 공동의 마음으로 확장된다. 서로가 서로의 숨 쉴 공간이 되고, 삶을 지탱하는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배움을 넘어 함께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특히, 처음 밀양은대학을 기획할 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다세대성’이 이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수업에 갔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제대로 온 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하던 청년, “젊은 사람들과 과연 대화가 될까” 걱정하던 중장년들이 이제는 격의 없이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고, 협업한다. 졸업식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어울려 밀양의 식재료로 함께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나누고 (생태미식학과), 지역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고,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모여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했다.(연결기획학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가 가진 역량을 온전히 ‘만나기에 안전한 장(場)’을 만드는 데 쏟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성별, 지역을 넘어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존재하는 감정이 있다. ‘안전하고 싶은 욕구’, ‘소속되고 싶은 마음’, ‘배움과 성장의 욕구’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그 감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한다.. MBTI가 I이든 E이냐를 묻는 게 아니라 누구나 편히 대면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placemaking), 함께 추구할 보편적 가치를 언어로 약속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누군가는 이 관계를 일시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맞다. 일시적인 공동체, 혹은 몰입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일시적 고양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일시적인 관계 속에서 지지받고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찾을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나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시대가 만들어낸 외로움의 문제에 맞서, 밀양은대학은 ‘타인과 함께’, ‘타인의 기쁨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 손해가 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적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에서 시작하는 안전한 관계 맺기의 실천


앞선 사례들은 서로 다른 층위의 이야기이지만 동일한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외로움은 개인의 결핍이나 정서적 문제로만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 제도 그리고 사회가 함께 추구하는 가치를 결정하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며 그 설계에는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외롭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아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사회’를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안전한 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마을은 그 실천의 장소, 실험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작게는 우리가 사는 자리에서 만드는 작은 연결이 결국 외로움의 구조를 바꾸는 일임을 생각하며 이 만남들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추구할 가치를 결정하는 일까지, 연결되어 상상하면서 마을에서부터 설계하는 ‘외로움 없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수요일엔마프'


수요일엔마프 마을큐레이터 송하진(고래) 밀양소통협력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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