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중심지에서 차별하다

내가 본 세상 #4

by 우연

미국은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이 짧기에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가족들끼리 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목적지는 미국의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차로 한 번에 가기는 너무 먼 거리였기에 워싱턴, 펜실베니아를 거쳐서 뉴욕으로 가기로 계획했다. 뉴욕과 워싱턴은 어렸을 적 한번 가본 경험이 있지만 기억이 제대로 안 났기에 이미 한번 왔었던 곳인데도 불구하고 나한테는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이번 여행은 나에게 '편견과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준 경험이었다.

IMG_0337.jpg 자유의 여신상

내가 이 여행을 가기 전 가지고 있던 편견들 중 하나는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라는 것이었다. 너무 유치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한테 뉴욕은 '아메리칸드림'의 중심지로 미국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곳일 거라는 편견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서울이 한국에서 가장 발달되고 좋은 곳인 듯 뉴욕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했던 뉴욕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느낀 뉴욕은 "법이 존재하는 무법지대"였다.


"법이 존재하는 무법지대"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 무법지대가 애초에 법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을 뜻하기에 법이 존재하는 무법지대는, 사람이 마실수 없는 생수처럼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내가 느낀 뉴욕은 그랬다. 뉴욕에 도착해 자동차 창문 너머로 봤던 뉴욕은 너무 위험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경찰들은 오히려 위험한 느낌을 주었고, 질서와 혼돈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군데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과 온 바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보고 내 생각과 다른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또한, 길거리에 퍼져있는 담배냄새와 여행객들을 잡고 강매하는 사람들, 바닥에 앉아있는 노숙자들 쓰레기들 붐비는 사람들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겨왔다. 뉴욕에서 첫날밤 호텔에 들어가 부모님에게 물어보니 8년 전 왔을 적에도 비슷했다고 알려주셨다. 나의 편견이 어쩌면 기대감을 높아주었고, 그로 인해 내가 느낀 실망감도 더욱 컸었고 이 실망감에 영향, 즉 편견이 나에게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이번 여행 도중 나 자신에게 실망했던 가장 큰 부분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여행하는 동안 유독 흑인들을 경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내가 흑인이라는 인종은 조금 위험한 인종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멕시코에 거주했기에 흑인은 굉장히 익숙했었고 그랬기에 내가 인종차별을 은연중에라도 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 믿었었다. 저녁에 타는 택시에 택시기사가 흑인이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고 더욱 경계했다. 나의 편견은 자연스럽게 인종을 차별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었다.


편견을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편견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해보면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라고 나온다. 각도로 설명하자면, 만일 직각이 "옳은 생각"을 의미한다면 편견은 둔각이나 예각을 의미한다. 그 뜻은 편견을 가지기 위해서는 직각인, 옳은 생각에 대해 자신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 고도 해석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편견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 판단하는 것이기에 옳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편견이 올바름을 추구하는 생각에서 파생되었다고 여기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차별은 옳다고 여길 수는 없다. 차별의 뜻을 검색하면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이라고 나온다. 차별 자체는 옳지 않게 생각하는 편견에서 파생되었지만 편견이 '생각'이라면 차별은 '행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편견을 항상 부정적이게 볼 수는 없지만 그와 달리 차별은 그 대상이 속한 무리나 개인에게 부당한 대우가 이루어지기에 옳지 않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살게 되고 그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편견이 생기게 된다.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빅데이터를 이루어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 살면서 편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거고 그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견이 차별이 될 때까지 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이 편견이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는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러한 노력들이 모여 더욱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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