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대한민국의 인터넷 역사는 삼국지와 퍽 닮아 있다. 전통의 명가, 다음(오나라)은 ‘한메일’을 내세워 가장 먼저 전국에 기반을 닦았으나, 중원 진출은 번번이 네이버(위나라)라는 거대 세력에게 가로막혔다. 그리고 천하삼분의 다른 한 축에는 네이트(촉나라)가 있었다. 싸이월드와 도토리라는 무기를 들고, 전국의 수많은 이들에게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와 흡사한 “일촌의 결의”를 맺게 했던 그들의 낭만적인 약진. 하지만 그 찬란했던 시절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강력한 둔전제와 '포털 가두기'라는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천하를 압박해 왔다. 이에 맞서 네이트는 다음과 연합하여 생존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아쉬움뿐이었다. 그러나 네이트가 점점 위축되어 영토를 잃고 피난을 떠나는 순간에도, 우리는 도토리를 손에 쥐고 낭만의 파도를 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BGM을 선물하고, 방명록에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안위를 챙기던 그 행위들은, 피난길에도 백성을 버리지 않았던 유비의 '사람 냄새'와 많이 닮아 있었다.
반면, 차갑고 정확한 정답만을 내놓던 네이버의 지식iN은 냉철한 책사, 사마의의 모습 같았다. 2025년 11월, 네이버는 바야흐로 천하통일을 앞두고 있다. 검색, 쇼핑, 지도, 웹툰 등 인터넷 영토 대부분을 점령하며 한국 인터넷을 지배 중이다. 비록 AI 기술의 도약을 앞세운 구글과 Bing(이민족)의 침략이 거세지고 있지만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퍽 인간적이었던 네이트의 쇠락 속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텅 빈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오가며 흘러나오는 BGM을 감상했다. 그것은 마치 흩어진 촉나라의 꿈을 되새기는 일과 같았다.
그런데 최근, 나는 '스레드(Threads)'에서 잊고 지낸 네이트의 향기를 느낀다. 마음 따뜻한 이들이 서로를 위해주고, 격식 없이 어우러지는 그 사람 냄새나는 풍경 속에서 저절로 옛 싸이월드의 감성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낯선 스레드에서 다시 만난 "네이트의 공식 스레드"가 반갑기만 하다.
적어도 나에게 승자는 차가운 천하통일을 이룬 자가 아니다. 술 한잔 하며 추억할 수 있는, '따뜻했던 낭만'을 선물해 준 네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