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갈 때마다 친구나 선후배들은 나를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단지 스웨덴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쉽게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곳의 혹독한 겨울과 날씨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그깟 날씨가 뭐 대수라고!"
나는 스웨덴에서도 북쪽 지방에 산다. 이곳의 겨울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 특히 오늘처럼 눈이 내리고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는 날이면, 마치 날씨의 신이 거대한 손바닥으로 온 세상을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끝을 알 수 없는 구름이 어둠과 뒤섞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세상은 사진이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짙은 무채색을 띠게 된다. 그리고 그 무채색은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조각내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웨덴을 떠나는 이들을 종종 보았다. 대부분 혼자 공부하러 왔다가 이 짙은 무채색 겨울을 마주하고는 멘탈이 산산이 부서져, 결국 본국이나 태양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그들이 떠나며 남긴 말은 항상 똑같았다. "나 여기서 하루만 더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현지인들에게도 이 무채색의 겨울은 견디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스웨덴 남부 출신으로 이곳에서 자녀 넷을 성인으로 키워낸 직장 동료조차, 여전히 겨울은 적응 중이라며 한숨 섞인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히 가족 중심적인 삶을 산다.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실제로 이곳에 살면서 평일에 회식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겨울이 오면 그들은 가족과 더욱 똘똘 뭉쳐 이 계절을 이겨낸다(나도 그러는 중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따뜻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스웨덴을 탈출했던 사람들은 모두 '혼자'였다. 홀로 감당하기엔 이곳의 무채색은 너무나 짙고 무거웠을 것이다. 시나브로 무채색이 가슴으로 스며들 때, 그들은 끝없는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 젖은 밤을 지새웠으리라. 그래서 나는 스웨덴 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여기는 겨울이 정말 잔인한 곳이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이라면 절대 오지 마. 그냥 여름에 여행 와서 짧고 좋은 추억만 만들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