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있던 일이다.
퇴근 후 꼬맹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담임 선생님은 오늘 꼬맹이가 많이 울었다는 소식과 함께, 입학 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유인즉슨 턱과 볼이 아파서 울었다는데, 아이가 울먹이며 설명한 터라 선생님도 정확한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마주 앉아 차분히 이유를 물었다.
사연은 이랬다. 친한 친구와 서로 볼을 눌러 입술을 붕어처럼 만들며 닭 흉내를 내고 놀던 중이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한 꼬맹이가 친구의 볼을 너무 세게 쥐었고, 친구는 아픔을 참지 못해 엉엉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울자 꼬맹이도 덩달아 울음을 터트렸고, 두 아이의 대성통곡이 선생님의 주의를 끌게 된 것이었다.
나는 꼬맹이가 왜 따라 울었는지 궁금해 물었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다시 눈물을 쏟을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해서… 친구가 아파서 우는데 나도 눈물이 나왔어. 못 참았어. 아빠 미안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참 동안 가슴을 쓸어주어야 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포도알' 종이가 붙어있다. 예전에 꼬맹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치고도 끙끙 앓기만 했던 게 속상해서 만든 우리만의 약속판이다.
"무슨 일 생기면 꼭 선생님께 말하기. 말할 때마다 스티커 하나씩 줄게. 포도알 다 채우면 장난감 가게 가자."
그렇게 시작된 약속은 점차 늘어났고, 그중 하나는 '친구랑 절대 싸우지 않고 다치게 하지 않기(스티커 1개)'였다.
울음을 그친 꼬맹이의 다음 행동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아이는 갑자기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더니, 포도알 판에 붙어 있던 스티커 하나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떼어버리는 것이었다.
"왜? 스티커를 왜 뗐어?"
내가 놀라 묻자 아이가 말했다.
"오늘 친구 아프게 했어. 그건 나쁜 거야. 스티커 떼야 돼."
나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꼬맹이를 와락,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끌어안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 온몸을 그 '작은 거인'에게 던져, 거인이 품은 우주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