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의 과정"에서 "소정"에 '소'를 '작을소'로 오인한 아나운서 출신인 정치인의 발언이 한동안 우스개거리가 되었다. 사실 이런 실수는 빈번하고 누구에게나 있는 것임에도 그가 공인에 아나운서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갖은양념과 가진 양념도 그 표기가 헷갈리기 일쑤인데 바른 표기는 "갖은양념"으로 농촌진흥청의 정의에 따르면 '골고루 다 갖춘 양념'이다. 골고루 다 갖추는 양념이란 해당요리에 적합한 양념을 제대로 다 갖춘 것을 의미하지만 가진 양념은 그런 분별없이 가진 것 전부를 다 넣은 양념이란 뜻이 된다.
막내아들이 한식 파라 모든 음식에 김치가 필수였기 때문에 늘 김치소비가 컸다. 그것도 녀석은 다양한 김치를 맛보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집안일을 전담하면서 김치를 수없이 담았다. 다양한 셰프들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보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내가 담근 김치맛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 한식은 나물류도 상당히 까다롭지만 김치는 다른 차원으로 어렵기 때문에 늘 자신 없는 요리이다. 김장김치를 작년에 처음해 보았고 한 마디로 망쳐서 대부분을 김치를 사용한 요리에 사용하여 소진하였다. 어머니께도 드렸는데 어머니 표현이 "맛이 없지는 않은데... 좀 특이해"
유명한 사람들의 레시피를 따라 하는데 왜 맛이 이럴까 고민을 하다가 어느 날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과일을 김치양념에 사용하는 것이다. 아마도 사과가 대표적일 것이다. 혹시 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어 어느 날 유튜브에서 유명 요리사의 레시피가 아닌 손주가 할머니께서 김치 담그는 과정을 담은 영상 같은 것을 보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과일이 김치양념에서 필수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한식에서 과일을 양념에 사용하는 경우는 육류를 조리할 경우이다. 연육작용과 잡내를 잡는 역할로 과일을 양념에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평범한 어르신들은 야채와 저장음식에 과일은 제한적으로 사용하신다. 그러면 왜 유명식당의 레시피라는 것에는 과일을 저장음식에 그토록 필수적으로 사용할까?
쨍하게 단 설탕이 아닌 부드러운 단맛을 낸다는 것이 대부분의 요리사들의 변명인데 이는 업장이라는 특수성, 즉,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어야 하는 필요가 전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일과 당분은 음식이 빠르게 숙성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서 급하게 대량을 소진해야 하는 식당에서는 과일 사용이 용이한 것이 특수조건이다. 즉, 가정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김치에 사과가 냉장고에 있으면 아주 조금 넣거나 없으면 굳이 김치를 위해 사과를 따로 구입하지 않는다. 좀 더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배를 사용하는데 그것도 즙만 사용하는 편이다. 사과는 저장음식과 한식 대부분의 양념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김치는 소금, 고춧가루, 풀, 그리고 반드시 발효를 위해 정수물이 아닌 미네랄이 포함된 물을 사용하는 것, 여기까지가 김치 양념에 필수적인 재료이다. 정수물을 사용하느니 수돗물을 끓여 식힌 다음에 사용하는 편이 좋다. 또한 추가적으로 기술을 부려 감칠맛을 더하거나 지방색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젓갈을 사용하는 것도 별미스럽다. 그러나 과하면 김치 원재료인 야채의 시원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딱 여기까지 김치의 기본 개념이다. 김치는 저장음식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면 이 기본개념에 따른 원칙이 왜 필요한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막내가 집을 떠났으니 김치는 사서 먹어야지 했지만 결국 다시 담갔다. 지금은 배추가 비싼 때이기도 하니 배추김치를 지금 담그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가격이 여전히 맘에 들지 않지만 비빔밥 하려고 열무김치, 그리고 가격은 나쁘지 않지만 지금은 무의 쓴맛이 강한 때라 조금 고민되지만 살짝 소금에 절여서 쓴맛을 어느 정도 덜어 깍두기를 담았다. 이때가 김치로 담기에 야채 재료들이 비교적 쓴맛이 강하여 양파를 사용했고 쓴맛을 품은 소금사용을 줄이고 감칠맛인 젓갈로 대치하려고 하다가 과하게 사용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ㅋㅋ 정말 해도 해도 김치는 어려운 음식이다.
아무튼 김치는 갖은양념으로 구색을 다 갖출 필요까지 없는 그저 부족하나마 가진 양념에서 조리가 가능한 누구나의 음식이라 정겨운 것 같다. 막내가 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김치를 담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