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말랭이파 부부

우리가 눈을 마주치는 순간

by 소리소리


아내와 나는 식성이 다르다. 그런데 유일하게 통하는 한 가지가 바로 복숭아이다. 그것도 우리는 똑같이 말랭이파이다. 복숭아는 주먹 2개 붙인 크기를 매장에서 볼 수 없고 작은 것만 있다면 사지 않고 안 먹는 편을 택한다. 복숭아는 무조건 큰 거로만 먹어야 한다. 이 번 여름은 예년에 비교해 20%이상 복숭아 가격이 저렴한 것 같다. 정말 복숭아 열심히 먹었다.


말랭이 복숭아는 고를 때 말랭이 치고는 조금 단단하다 싶은 것으로 골라 집에서 박스채 하루 이틀 실온에서 더 숙성한다. 조금 무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껍질이 까져서는 안 된다. 그 다음에 복숭아를 30분 정도 물에 담궈 껍질에 털을 불린다. 그 다음에 흐르는 물로 씻으면 표면이 털이 제거되면서 뽀득뽀득해진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는 아내 몰래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어준다. 사실 냉장고에 들어가면 당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서 일부러 약간 무른 상태가 되도록 숙성시킨 것이다. 냉장고 안에서 복숭아가 다시 단단하게 되어 식감은 좋아진다. 당도는 조금 포기하면서 시원함과 식감을 챙긴다. 그래도 충분히 달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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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크고 시원한 복숭아를 하나 꺼내 우리 부부는 반씩 정확하게 나누어 요거트와 함께 먹는다. 복숭아 한 조각과 요거트를 한 입 가득 넣고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만족한 듯 진심의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바로 50대 중반이 되어 이제야 둘이 살아 보는 우리 부부가 어색하지만 유일하게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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