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 불고기

by 소리소리



애들이 없으니 불고기 불판으로 불고기를 해 먹는 것이 여유 있고 좋다. 판 위에 고기를 최대 150g 정도 올리는데 애들이 있으면 고기 익는 속도가 애들이 씹어 삼키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 불판 사용이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부부 둘이 먹으니 여유롭게 대화도 하고 천천히 구워가며 국물과 버섯을 샤부샤부 같이 즐길 수도 있어서 매우 좋다. 빈둥지의 특혜라고 할까? ^^


서울식 불고기는 강하지 않게 맛을 내는 것을 더 선호해서 전문점 보다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전문점 보다 좀 더 슴슴하고 단순하게 조리한다. 가장 큰 매력은 불고기 판이 주는 약간의 직화향 그대로를 즐길 수도 있지만 구워진 고기를 육수에 담가두어 육수가 베어 들어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으로 먹는 것까지 맛과 식감에 있어서 다양성과 취향에 열린 음식이라는 점이다. 고기를 불판에 얹어만 놓으면 익는 대로 각자의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마치 결혼 생활 오래된 부부가 퀸사이즈 침대를 싱글 두 개로 바꾸고 한 방을 같이 쓰는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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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양념은

간장이 아닌 소금, 설탕, 액젓(참치액젓은 말이 부르기를 액젓이지 액젓이 아닌 액상 조미료라고 보면 된다. 까나리 액젓 사용 추천) , 참기름, 마늘, 생강을 기본으로 하여 연육을 위해 배와 양파를 갈아 넣는다. 연육에도 도움이 되지만 깊은 맛을 위해서 소량의 식초를 넣는 것도 좋다. 만약에 근막이 좀 많은 부위를 사용하게 된 상황이면 좀 더 강한 연육을 위해 식용 베이킹 소다를 고기 600g에 반티스푼 정도만 넣는다. 난 좀 더 특색 있는 맛을 위해 지리산에서 구입했던 도라지 더덕청으로 향을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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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는

다시마 육수로 충분하지만 약간의 일본식 쯔유로 풍미를 더 했고 생표고를 얇게 썰어 뜨거운 육수에 담가 식을 때까지 표고맛을 우러나게 해 두었다. 육류의 이노신산과 해물의 글루탐산이 합쳐지면 폭발하는 감칠맛이 올라오는데 좀 싱겁게 해도 감칠맛으로 낮은 염도를 보안할 수 있다. 소고기와 다시마 육수로 충분하니 깊은 맛을 위해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금 사용하면 좀 더 강렬한 맛을 낼 수 있다. 이제 애들이 없는 식탁이니 요즘은 강한 맛은 피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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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냉면 면을 사용하지만 그냥 집에 있는 당면을 사용했다. 소면이나 칼국수는 국물을 너무 탁하게 만드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당면은 맑은 국물을 그대로 유지해 주기도 하지만 약간의 전분이 풀어지면 고기와 면과 야채가 어우러짐이 좋다. 그래서 당면과 소면의 중간인 냉면 사용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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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채

빠질 수 없다. 고기 재울 때 넣으려면 흰 부분만 사용하여야 고기에서 군내가 안 난다. 더 좋은 방법은 파 흰 부분을 얇게 썰어 넣지 않고 한 뼘 크기로 숭덩 잘라서 재우는 고기에 박아 넣는 게 좋다. 그러나 그냥 얇게 썬 파채를 고기를 조리할 때 위에 얹는 것이 파의 향뿐 아니라 식감까지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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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소고기는 무조건 깻잎과 함께 먹는 것이 최고의 궁합이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로 소화와 소고기의 철분과 단백질 흡수를 돕는다. 맛은 말해 뭐 하겠는가? 고기 한 점에 무조건 깻잎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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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불판은 구리 재질이 아닌 스테인리스이다. 전통적 방식인 구리 합금인 유기보다는 저렴하면서 내구성이 좋고 세척도 용이하고 저가 알루미늄보다는 당연히 내구성과 월등한 성능으로 가성비가 좋다. 알루미늄 재질 불판은 건강에도 안 좋으니 비추이다. 8년 전에 당근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을 3만 원에 구입했으니 개이득! 이런 불판까지 구입하게 된 것에는 나름의 사연도 있다.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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