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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Oct 25. 2024

억압과 방출

신규 관원들이 스파링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마구 흥분하여 날뛰고, 누군가는 한껏 위축되어 버린다. 이러한 모습은 그 사람의 평소 일상생활에서의 반응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흥분하여 감정을 마구 '방출'하는 사람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실수를 저지르거나, 분쟁을 많이 만들어낸다. 반대로 위축되어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은 속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둘 다 감정을 잘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어나는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억압하거나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행일정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가 오는 상황에 짜증을 낼 것이다. 이것은 감정을 그대로 방출하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대부분 이러한 반응은 학습된 반응인 경우가 많다. 비가 오는 것은 그냥 비가 오는 것이다. 짜증을 낸다고 하늘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짜증을 낸다고 날씨가 맑아지는 것도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기분상태뿐이다. 

비가 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비가 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비가 와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비가 오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볼 수도 있고, 비가 오면 오히려 더 재밌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비가 오는 상황에 짜증만 내는 사람은 여행을 망칠 것이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의 기분도 망칠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 전환하는 사람은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고 의외의 즐거운 추억도 만들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고통, 고난, 불행 등 부정적인 상황은 본인에게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될 것처럼 피하려고 한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닌데 피하려고 하니 더욱 고통이 되는 것이다. 본인은 절대 힘들면 안 되고 고통과 고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항상 편안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이건 마치 날씨가 항상 좋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찾는 행복은 모순적이게도 불행을 느껴야 맛볼 수 있다. 불행을 느껴야 행복도 느낄 수 있다.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싶은가?? 무엇보다 더 큰 행복인가. 상대적인 것이다. 비교대상이 있어야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점 점 더 큰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과 같다. 행복도, 기쁨도, 고통도, 불행도 모두 각자가 붙인 이름표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상황도 누군가에겐 불행일 수 있다. 여행자는 비가 오면 불행하다고 하고 농부는 비가 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그 상황은 상황자체로 존재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에 어떤 이름표를 붙이느냐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불행이 될 수도 있을 뿐이다. 문제는 본인이 그것을 문제로 여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밖에서 해결할 수 없다.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나는 명상공부를 시작하고부터 주짓수를 할 때마다 내 감정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5분이라는 스파링 시간 동안 내 감정이 수없이 뒤바뀌는 것을 알아차린다. 기술이 마음처럼 안될 때 짜증 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땐 잠시 멈춰 감정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로 짜증이 맞나? 내가 지금 공격을 성공 못 시키는 것이 짜증 나는 일인가? 나는 지금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고 유지도 잘하고 있다. 꼭 공격을 하여 서브미션을 성공시켜야지만 이 스파링을 잘 해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리고 공격이 아닌 컨트롤에 집중하기로 한다. 감정은 차분해지고 호흡은 정리된다. 불필요하게 들어간 과도한 힘이 빠지고 편안해진다. 

몸은 감정의 배출구이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스리지 못하면 몸도 컨트롤할 수 없다. 주짓수를 통해 감정을 알아차리고 전환하는 훈련을 꼭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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