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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Oct 24. 2024

힘을 빼라는 의미

운동을 한 번이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힘을 좀 빼세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주짓수뿐 아니라 모든 운동 종목에서 나오는 단골멘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힘을 빼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운동을 하는데 어떻게 힘을 빼고 하라는 거지?!' 특히 격기종목에서는 초보자가 아직 기술을 많이 안 배웠다면 유일하게 가진 무기는 힘이다. 그 유일한 무기마저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여기서 빼라는 힘은 '긴장된 힘'을 말한다. 당연히 모든 힘을 다 빼고는 그 어떤 종목의 운동도 할 수가 없다.

힘을 빼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긴장된 힘 때문이다. 우리가 근육에 힘을 줄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내가 의식적으로 주는 힘과 무의식적으로 주는 힘이다. 지금 바로 테스트해 보자. 주먹을 꽉 쥐고 온몸에 힘을 줘보자. 발가락도 있는 힘껏 움켜쥐고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복근, 상체, 목, 얼굴 근육까지 온몸에 힘을 줘보자. 이제 힘을 풀어보자. 어떤가 생각한 대로 잘 되는가?? 쉽게 힘을 줬다가 풀었을 것이다. 이것을 의식적인 힘이다. 내가 힘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하다. 

긴장된 힘은 위험할 수 있으니 우리의 상상력을 이용해 보자.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여러분은 지금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바다가 반겨준다. 제주도에 온 김에 승마 체험을 하기로 했다. 승마장에 도착하여 안전교육을 받고 강사의 지시에 따라 말 위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높은 높이에 살짝 겁이 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너무 높은데..? 떨어지면 크게 다치겠어', '이 말이 갑자기 달려 나가면 어떡하지??', '이 말이 갑자기 앞발을 들면 어떡하지??' 머릿속엔 온갖 불안한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말의 네 다리가 움직이며 등 근육이 여러분의 몸을 좌우로 흔든다.

어떤가 이때 여러분은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허벅지 안쪽에 힘을 바짝 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온몸에 긴장된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 힘은 여러분들이 의식적으로 준 힘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부위에 얼마큼 힘을 주고 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컨트롤로 할 수 없다. 이것이 운동할 때 빼라고 하는 긴장된 힘이다. 힘을 주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힘을 빼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럼 이 긴장된 힘을 어떻게 빼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익숙해지면 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엔 익숙지 않은 상황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자연스레 몸에 긴장이 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이내 편안해지고 몸에 긴장 또한 많이 빠지게 된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소리라고?? 좋다 그럼 다른 방법을 알려주겠다. 바로 매 순간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긴장된 힘을 의식적인 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의식적으로 준 힘은 의식적으로 빼는 것도 가능하다.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을 알지 못하니 힘을 못 빼는 것이다. 그러니 알면 된다. 몸에 긴장된 힘을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다시 힘을 줬다가 풀어보자.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될 것이다. 마치 의자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핸드폰을 하다가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는 영상을 봤을 때 흠칫 놀라 본인의 구부정한 자세를 알아차리고 허리를 펴고 앉는 것과 같다. 

내가 새롭게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였다. 규모가 굉장히 큰 베이커리 카페였다. 처음 교육을 갔을 때 일을 배우며 모든 것이 새롭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몸이 긴장되고 경직되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며 실수할까 봐 걱정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이슈가 계속 생겨나서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몸에 긴장됨을 느끼고 알아차림을 했다. 그리고 호흡을 통해 이완하는 연습을 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긴장된 부위를 알아차리고 그 부위로 호흡이 빠져나가는 상상을 하며 마음속으로 '이완'이라고 얘기했다. 내가 긴장을 풀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효과가 있으니 한번 사용해 보길 추천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주짓수는 상대방을 끌어안거나 가드를 만들어 고착 상태를 만들 수가 있다. 그 상황에서 긴장된 힘을 알아차리고 호흡을 정리하며 이완한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힘만 의식적으로 사용하도록 전환하는 연습을 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알아차림'을 연습하면 일상에 모든 곳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주짓수는 스파링을 통해 매번 이러한 긴장 상태를 마주한다. 그래서 알아차림 연습을 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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