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제발 그냥 지나가

by 박정흠

우리나라는 유독 지나가는 개에게 관심이 많다. 지나가는 개를 보면 어떻게든 관심을 사려고 온갖 재롱을 부린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손가락을 빠르게 접었다 폈다 흔들며 입으로는 혀를 튕기며 "ㅉㅉㅉ" 소리를 낸다. 마치 전 국민이 학교 필수 정규 과목으로 배운 것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 그래도 개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흰둥아~~!!", "검둥아~~!!" 하며 제발 저 좀 한 번만 봐주세요 라며 정말 애처롭게 애원한다. 그러다 만약 개가 흥분하여 짖으면 "와 개새끼 성깔 있네"라고 한다.


일단 이러한 행동은 처음부터 개를 인간보다 훨씬 아래 하등 동물로 보는 무지와 미개함에서 시작된다. '나는 인간이고 너는 개니까 너는 나의 개가 아니어도 나에게 복종해야 돼'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무의식의 뿌리 깊숙이 박혀 있는 이러한 신념은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로, 또 그다음 세대로 열심히도 물려준다. 반려견을 제대로 키워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부모가 본인이 어릴 때 했던 그대로 본인의 자녀에게 가르친다. 지나가는 낯선 개에게 "친구야 친구~~ 만져봐~~"라며 손을 내밀게 하는 정말 무식한 짖을 대대손손 전해주고 있다. 요즘 가족끼리 100만 원 이상 송금하면 세금을 물게 한다는데 왜 이런 악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나 모르겠다.


개는 기본적으로 바운더리를 굉장히 중시하는 동물이다. 본인이 허용한 바운더리 안으로 낯선 생명체가 들어오는걸 반기는 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목줄을 매고 있다는 건 적어도 그 목줄의 길이만큼은 보호자가 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개의 성향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그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보호자도 통제가 어려워진다. 물론 사람 좋아, 개 좋아하는 마냥 천진난만한 개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개들도 몇 번 개념 없이 행동하는 사람과 사회성 없는 개를 경험하고 나면 예민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줄을 매고 산책하는 개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 매너이다. 개들이 서로 인사를 하길 원한다면 그때 보호자가 서로 동의하에 인사를 하는 게 매너이다. 이 때도 본인 개의 시그널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싸움이 나면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라는 단골멘트를 날린다) 애초에 인사를 하지 말자. 그리고 제발 개에 대해 기본적인 공부는 하면서 키우자. 요즘은 정보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좋은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내 개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다.


이제부터 매너 없이 다가오는 사람, 개를 본다면 이렇게 해보자. 먼저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로 손바닥을 들어 보여준다. 그리고 친절한 미소를 띠되 단호한 목소리로 "죄송해요! 얘가 지금 교육 중이라서 그냥 지나가 주세요!^^" 교육 중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별다른 꿍시렁거림이나 시비 없이 '아 교육 중이구나'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 이 글을 봤다면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를 봐도 먼저 다가와서 냄새 맡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견주에게만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 하고 살짝 거리를 두고 지나가 주자. 그러면 견주도 강아지도 고마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