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놈 입에 입마개가 필요하구나
한국에서 반려견을 키우면 입마개 시비가 많다. 특히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더 많이 입마개 시비를 당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큰 개가 자제력을 잃었을 때 여성 견주가 통제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 때문에 더 그런 듯하다. 나는 꽤 운동인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2년 동안 맹견인 핏불테리어를 키워도 한 번도 시비가 걸린 적이 없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12년을 키운 내 딸 오싱이는 핏불테리어였다. 오싱이를 처음 키울 땐 한국에 맹견에 대한 입마개 의무도 없었고 맹견사육허가제라는 것도 없었다. 온몸이 까만 털로 덮여있고 근육질의 몸매 때문에 오싱이를 보고 무서워 피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지만 나를 보고 큰 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있던 건지 귀엽다며 성큼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입마개 정책은 잘 못 되었다. 이미 첫 시행부터 많은 전문가들과 반려인들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신빙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입마개 정책을 그냥 시행했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소형견에게 물리는 물림사고가 훨씬 많다. 물론 대형견에게 물리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사고 발생 시 대형견이 더 위험한 건 맞다. 하지만 대형견이라고 다 공격적이고 위험한 것도, 소형견이라고 다 귀엽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소형견에게 매너 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다가 물리는 사고가 훨씬 많다. 많은 부모들이 소형견이니까 안심하고 본인의 자녀에게 만져보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말 개념 없고 무식한 짓이다.
입마개는 대형견, 소형견, 맹견으로 나눠 착용을 의무화할게 아니다. 반려견을 키울 때 의무적으로 반려견 교육을 받게 하여 자격이 없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울 수 없게 하면 된다. 견종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테스트를 치르고 교육을 했음에도 아직 타경반응, 대인반응이 있는 경우에만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추후 테스트를 통과하면 입마개 착용 의무를 해지해주는 쪽으로 하는 게 훨씬 더 형평성에 맞고 사고도 덜 생길 것이다.
대부분의 물림사고는 입마개 착용 여부로 생기는 것이 아닌 반려견 교육의 부재로 인해 일어난다. 보호자가 사람에게 하듯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운전면허가 없으면 차를 구입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반려견 사육 자격증이 없으면 반려견을 입양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 최소한의 기초지식은 갖추고 입양하도록 해야 한다. 법으로 이 부분이 시행되려면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사람들의 인식을 먼저 바꾸고 문화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 글도 한 명이라도 더 보고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성하고 있다.
오늘도 산책을 하는데 맞은편에서 굉장히 공격성이 강한 진도믹스가 미친 듯이 흥분하여 달려들려고 했다. 보호자는 성인 남성인데도 힘을 감당하지 못해 질질 끌려갔다. 심지어는 줄도 잡고 있기 버거워 조금씩 손에서 미끄러졌다. 진도믹스는 입마개 착용 의무 견종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개가 그 정도로 공격성이 강하고 통제를 하기 어렵다면 알아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정말 오만이다. 10년을 넘게 하루에 최소 한 번 산책을 한다고 했을 때 단 한 번의 실수도 안 할 자신이 있는가. 너무 피곤한 날,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순간, 코너를 돌 때 갑자기 마주하는 상황 등에서 한 번도 실수를 안 할 자신이 있다고?! 그건 정말 오만이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교육도 시키고 입마개도 착용해야 한다.
반대로 아무 문제 없이(반려견이 흥분하거나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아주 평화롭게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입마개를 하라며 다짜고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이렇게 얘기해 주자.
"죄송한데 짖는 소리에 제가 너무 위협을 느껴서 무섭고 불안한데 입마개 좀 해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