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앉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 아닙니다

앉아 그만

by 박정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이상한 전염병이 있다. 바로 '앉아 병'이다. 사람들은 개만 보면 앉히지 못해 병에 걸린 사람처럼 앉아를 시킨다. 그게 내 개가 아닌 남의 개여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서는 엎드려 병, 손병도 있다. 개만 보면 "앉아 앉아 앉아 앉으라고!! 쓰읍!! 앉아!!"를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대를 불문하고 이 몹쓸 병이 퍼져 있다. 그럼에도 아무도 치료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고?? 피해를 받는 건 말을 못 하는 개뿐이니까.. 개들은 이 불편하고 일방적인 명령에 따를 의무도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멍청한 개', '교육이 안된 개' 소리를 듣는다. 과연 진짜 멍청하고 교육이 안된 건 누구일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개에게 명령을 내리지 못해 안달이 날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의 명령을 따르게 하는데서 오는 희열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윗사람으로부터 수많은 지시를 받으며 자라온다. 부모님, 선생님, 상사 등으로 아무런 보상 없는 지시를 받고 저항 없이 따라야 할 상황이 너무나도 많았다.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분 본인이 지시를 내릴 만큼의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끼리는 지시를 내려봤자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한을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근무자들에게 푸는 사람들이 많다. 하물며 인간이라는 동물보다 하등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개가 인간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그것만큼 열받는 경우가 또 없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또 단골멘트를 날린다. "너까지 나를 무시하냐?!"


개는 앉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 아니다. 개에게 앉아를 교육할 때도 복종의 의미로 앉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짖거나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기다리는 거야~~"하고 부탁합니다의 의미로 앉아를 가르쳐줘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앉아만 잘 가르쳐도 대부분의 문제행동(이것도 사람 기준이지만)은 사라진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복종의 의미, 서커스의 의미로 앉아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앉아라는 단어와 의미가 오염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염된 앉아는 "앉아 앉아 앉아"가 되고, "앉아! 앉아! 쓰읍!! 앉으라고!!"가 된다. 그러니 "앉아"라는 짧고 명료한 단어에도 마치 지시를 어기는 것처럼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나의 반려견, 내가 교육하는 반려견은 대부분 영어로 음성 큐를 가르친다. 그래야 '앉아 병'에 걸린 사람들로부터 내 반려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아무도 남의 개에게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다. 그리고 그 어떤 개도 그 지시를 따를 의무가 없다. 특히 리드줄을 매고 있는 개에게 다가가 지시를 내리는 것은 보호자마저 무시하는 굉장히 몰상식한 행동이다.

만약 그동안 '앉아 병'에 걸려있었다면 오늘부턴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말아 보자. 그렇게 가만히 기다려주면 그 개는 '앉아 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에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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