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부르면 와야 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영장류는 개라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이 '좋아한다'라는 의미는 꼭 좋은 뜻만 가진 게 아니다.
좋아한다라는 말 앞에 '왜'가 더 중요하다. '귀여워서', '멋있어서' 등 개를 보면 몽글몽글 올라오는 좋은 기분 때문에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지금은 반려견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사용되지만 여전히 애완견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완에 '완'은 장난감을 의미한다. 개를 반려동물로 생각하지 않고 장난감,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개를 장난감으로써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를 부르면 와야 되고, 앉으라고 하면 앉아야 하고, 손을 달라고 하면 줘야 하는 그런 존재로 생각한다.
한번 물어보자, 왜 당신이 부르면 그 개가 당신에게 와야 되는가? 심지어는 당신의 반려견도 아닌데 왜 당신이 부르면 와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개에게 보상을 주지도 않는다. 개를 불렀을 때 개가 오면 인간은 희열을 느끼고 더 큰 희열을 위해 앉아를 시키고 손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당신의 지시에 개가 잘 반응하면 우월함과 희열을 느낀다. 반대로 개를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으면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고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개는 당신이 불렀을 때 무조건 와야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개도 감정이 있고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동물을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아니라고?? 그럼 아프리카 초원에 나가 야생 사자에게도 이름을 부르며 오라고 해봐라. 너무 극단적이라고?? 그럼 40kg이 넘는 낯선 핏불 테리어에게도 이름을 부르며 오라고 해봐라 그리고 안 오면 똑같이 왜 안 오냐며 화를 내봐라. 아마 못 할 것이다. 왜냐면 당신이 지금까지 이름을 부르며 오라고 명령했고 오지 않으면 화를 냈던 개들은 당신보다 작고 약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개였을 테니까, 또는 그 개의 보호자가 리쉬를 아주 단단히 매고 있어서 당신이 아무리 옆에서 깐족거려도 보호자가 줄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테니까.
인간의 그러한 행동은 보통 부모로부터 대물림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본인의 자녀에게 남의 반려견을 가리키며 "만져봐~~ 옳지~~ 만져봐~~ 괜찮아 안 무서워~"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개의 감정과 몸짓은 보려고도 하지 않고 보더라고 읽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개가 어떻게 반응할 줄 알고 어린 자녀에게 만져보라고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볼을 꼬집어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지는 행위도 서양권에서는 비교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지만 동양권에서는 굉장히 예의에 어긋하는 행동이다. 같은 인간이지만 문화권에 따라 같은 행동에도 반응이 다르다. 하물며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종이 존재한다는 개는 어떠하랴. 심지어 같은 종 안에서도 성격이 다 다르다.
과거에 한국에선 반려견의 개념이 아닌 개를 가축의 개념으로 생각했기에 개권(?)따윈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쳐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부정해도 인간의 문화에서 개는 떼어놓을 수가 없는 존재다. 개가 인간과 함께한 지 몇 만년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개가 반려견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엔 개가 반려가족으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도 있었다.
본인의 반려견에게 이름을 부르면 오게 하고 싶은가?? 그럼 첫 번째 '이름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이름 부르고 간식 보상을 주는 방식이 가장 흔한 방식이다. 이때 두 번째가 정말 중요하다. 이름을 제발 한 번만 불러라 "초코!! 초코~~~ 쓰읍!! 초코!! 이리 와!!" 이건 이름이 아니다. "초코!" 하고 한 번만 부르고 기다리자 그리고 오면 칭찬과 함께 보상을 주자. 불러서 왔는데 한 번에 안 왔다고 화를 내고 혼내면 그 개는 이름(사실 이름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고 그저 단어일 뿐이다)을 불러서 갔더니 혼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다음부터 그 단어를 얘기했을 때 오고 싶겠는가. 그걸 보통 이름이 오염됐다고 한다. 이름으로 부르고 싶은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결되어 버려서 다시 바꾸려면 꽤 힘들다. 차라리 다른 이름을 다시 지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제 알았다면 남의 반려견의 이름을 오염시키지 말고 제발 이름 좀 그만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