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Happy는 같을까?

라벨링에 관하여

by 박정흠

수잔 프리드먼 박사의 웨비나를 듣고 정리가 필요하여 글을 적는다.

내용 자체는 어렴풋이 이해가 되지만 학문적으로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진행하니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처음 접하는 용어들에 뇌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불편했던 그 단어들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편해질 것을 이젠 안다.


웨비나의 가장 큰 주제는 '라벨링'이다. 우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표정, 행동 등을 보며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저 사람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네 무슨 화가 나는 일이 있나 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얼굴을 찡그린 이유는 수 없이 많다. 신 음식을 먹었을 수도 있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서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타인 또는 동물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굉장히 큰 오류이다.


'무경계' 책을 쓴 켄 윌버는 인간은 라벨링의 저주에 걸렸다고 얘기한다. 라벨링을 하는 순간 그 대상을 테두리 안에 가두어 판단하게 된다. 가장 흔한 예로 요즘 유행하는 MBTI가 있다. "너는 P인데 왜 이렇게 소심해?!" "너는 J인데 왜 이렇게 즉흥적이야?!" 등 MBTI의 틀 안에 가두어 사람을 판단한다. 인간은 인간에게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 라벨링을 한다.


우리가 감정에 붙인 이름들은 하나의 사회적 약속이고 짐작일 뿐이지 명확한 정답일 수 없다. 그 아무도 기쁜 감정과 행복한 감정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느끼고 정의할 수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 순간들 마다도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보통 기쁜 감정보다 조금 더 기쁘고 벅차오르면 행복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더 기쁘고 벅차야 기쁨이 행복이 될까? 자동차 속도 게이지처럼 눈에 보이는 명확한 지표가 있다면 좋겠지만 감정은 그렇지 못하다. 행복을 영어로 Happy라고 번역한다. 같은 행복끼리도 정도가 다른데 행복과 Happy가 과연 같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것이 라벨링의 함정이다.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인간들끼리도 타인의 감정을 짐작할 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다. "꼬리 흔드는 걸 보니 나를 엄청 반기나 보다", "얘는 지금 저를 지키려고 짖는 거예요", "얘는 자기가 더 서열이 높다고 생각해서 저한테 으르렁대요" 등이 대표적인 착각들이다. 특히 강압적 방식의 전통적인 훈련법을 사용하는 훈련사들은 개에게 고통을 주는 도구를 사용하며 "그 정도까지 고통스럽지 않아요", "이 정도 스트레스를 지금 겪고 극복해야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들을 안 겪을 수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그 도구가 주는 신체적 고통의 정도가 인간들마다 도 다른데 인간이 종이 다른 동물의 고통을 어떻게 알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일까??


수잔 프리드먼은 "라벨은 강압적인 전략을 사용하는데 대한 핑계를 제공하기도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인 또는 동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해야 할까?

이때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ABC 분석법이다.


A(Antecedent)-선행사건

B(Behavior)-행동

C(Consequence)-결과


선행사건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만든다. A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B는 일어나지 않는다. B가 일어나지 않으면 C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들은 서로 의존성(contingency)을 갖는다. 행동과 감정은 함께 형성되는데 이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선행사건과 결과이다.


우리는 행동을 이해하거나, 예측하거나, 변화시키려 할 때마다 '기능적 평가'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을 내밀 때마다 으르렁(행동) 거리는 개가 있다면 선행사건과 결과는 무엇일까?? 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개가 으르렁(행동) 거릴 땐 언제인가?? 손을 내밀 때(선행사건)이다. 그럼 으르렁거리는 행동을 통해 얻거나 피하게 되는 결과는 무엇일까?? 사람의 손이 물러 나는 것이다.(결과) 이 정보로 개가 덜 으르렁거리게 하거나 손에 더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는 교육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즉 선행사건을 조정하여 행동(과 감정)을 바꿈으로써 결과를 바꾸는 계획을 세운다.

선행사건을 조정하고 그에 반응하는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바꿈으로써 행동과 감정을 개선할 수 있다.

예: 손을 내밀면(선행사건)-으르렁(행동)-보상을 주지 않는다(결과) -> 개가 불편하지 않는 거리를 파악하고 으르렁 거리기 전까지만 손을 내민다(선행사건 조정)-개가 으르렁 거리지 않을 때(행동 촉발 전)-개는 간식 보상을 얻는다 그 결과 점점 손을 내밀어도 으르렁거리지 않는다.(결과의 변화)

이것을 통해 개는 손을 내밀 때 으르렁 거리지 않으면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손(선행사건)을 보면 따라오는 보상(결과)을 예측하여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감정 자체를 바꿀 순 없지만 선행사건을 바꿈으로써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여기서의 한 가지 의문은 개는 손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순 있지만 처음에 가지고 있던 손에 대한 감정(두려움이나 불편함 등)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감정은 여전히 느끼지만 간식을 먹기 위해 참는 것이 아닐까? 그럼 그것 또한 개의 감정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타인인 인간이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가 손에 더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는 교육을 하는 것이 트레이너의 역할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남겼다. 동물도 사람처럼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감정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을까?? 만약 개가 가만히 있다가 무언가에 반응한 듯 흥분하고 짖는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인간은 현재 상황에서의 맥락만을 보고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또한 많은 오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럼 다른 의문이 또 생겼다.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잠을 자면서 잠꼬대를 한다. 이것은 무엇에 대한 반응일까? 과거의 기억일까 아니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일까 이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가 미로를 탐험한 후 REM수면 중 미로를 탐험할 때와 동일한 신경발화가 되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직은 설치류 중심의 연구가 많지만 개와 고양이도 REM 수면을 하고 그때 움직임, 소리반응(잠꼬대) 등 이 나타나는 게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수잔 프리드먼이 얘기한 '라벨링'을 왜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관찰 대상이 어느 것에 반응했고 감정과 행동을 일으켰는지 본인을 제외한 그 아무도 알 수 없다. 전체 맥락을 보고 짐작을 할 뿐이다. 때문에 관찰자는 관찰 가능한 것만 기술해야 한다. 손을 내밀었을 때 개가 으르렁댄다면 "이 XX가 자기가 더 서열이 높은 줄 알고 까부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손을 내밀자 무게중심을 뒤로 이동시킨 후 머리를 낮추고 몸이 긴장한 상태에서 으르렁댄다'로 기술해야 한다. 손을 보고 피한다면 "얘가 손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보자 귀를 뒤로 젖히고 꼬리를 엉덩이 사이로 말아 넣고 엉덩이가 땅에 닿으며 온몸을 웅크렸다'로 기술해야 한다.


상황의 맥락과 개의 행동을 통해 감정을 추측할 뿐이지 감정을 관찰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단정 지어 라벨링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라벨링을 하는 순간 틀에 가둬버리고 틀에 가둬버리는 순간 자칫 잘 못 된 판단과 잘 못된 방식의 선택으로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확정적으로 단정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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