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개답게 다뤄야 돼

정말 개답게 다루고 있나?

by 박정흠

개를 키우기로 결정했다면 삶을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어쩌면 결혼보다도 더 하다. 개에겐 보호자가 전부다. 개는 입양당한(?) 순간부터 사람이 만들어 놓은 집에 갇히게 된다. 갇힌다는 표현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개들은 보호자가 산책을 데리고 나가지 않는 이상 집에서 나갈 방법이 없다. 가끔 탈출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보호자의 선택으로 인해서만 집에서 나갈 수 있다. 보호자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친구를 사귈 수도, 먹는 걸 선택할 수도 없다. 다음에 다루겠지만 반려견들은 대부분 보호자가 데리고 간 장소에 보호자가 선택한 다른 개들을 만난다. 마치 나는 원하지 않는데 부모님이 선택한 맞선 상대를 계속 만나는 것과 같다. 사람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충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있지만 개들은 아니다. 보호자가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이상 상대 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같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반려견의 마음을 알아주는 보호자가 몇이나 될까??


내 반려견이 문제행동을 한다면 그 행동은 누구의 작품일까? 맞다 보호자의 작품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반려견들은 선택지가 없다. 보호자가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반복 해서 강화한 행동이 강화될 뿐이다. 사실 대부분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도 개들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다뤄보겠다.

보호자가 강화시킨 행동들은 뭐가 있을까?? 예를 들어 반려견이 앞발을 들고 점프를 뛰며 매달린다. 그때마다 보호자가 안아준다면 점프 뛰는 행동은 강화가 되었다. 본인이 강화시켜놓고 뛰지 말라고 혼내다니 개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또 다른 예로 산책 중 타견을 보고 리쉬를 당기며 짖는 반려견에게 "안돼!! 하지 마!! 혼난다!!"라며 소리를 지르고 리쉬를 잡아당긴다. 반려견이 그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반려견에겐 보호자가 같이 짖으며 동조한다고 생각이 되어 더 강하게 짖는다.


개를 키우기로 결정했다면 '개'라는 동물의 기본적인 본능과 바디랭귀지는 공부를 하자. 요즘은 정보가 없어서 못 배운다는 말은 있을 수가 없다. 좋은 책 한 권만 봐도 반려견을 반려견으로써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다. 어디 대회를 나가고, 특수목적견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면 보호자가 제대로 된 책 한 권만 잘 읽고 교육하면 반려견으로써는 정말 잘 키울 수 있다. 물론 보호자의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한데 보통은 한두 번 해보고 인내심이 바닥나거나 귀찮아서 그만둔다. 그래놓고 얘는 성격이 어떻니 저떻니 하며 원래 그런 애라 못 고친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반려견 트레이너가 방법을 알려줘도 이미 '얘는 안돼'라는 프레임을 강하게 심어놓은 터라 전혀 들을 생각을 안 한다.


반려견을 키울 때 보호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아니 그게 전부다.

과거 하와이의 카우아이라는 지역에서 698명의 아이들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한 일이 있었다. 이 지역은 마약, 절도, 폭행 등 각종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었다. 연구 결과 3분의 2의 학생들은 성장하며 행동문제, 마약, 절도 등 하나 이상의 일을 겪었다. 그러나 3분의 1의 학생들은 정말 올바르게 성장했다. 연구자들은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는지 조사했다. 결론은 3분의 1의 학생들은 가족 밖의 단 한 명의 지지적 성인(조부모, 선생님, 멘토 등)을 만났다는 것이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단 한 명의 성인이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성장하며 가족 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릴 적엔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더라도 성장하며 친구, 선배, 선생님,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영향을 받고 가치관이 바뀌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반려견은 그렇지 않다.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단 한 명은 오로지 보호자뿐이다. 그렇기에 보호자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는 것처럼 반려견도 각종 통제 어려운 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혼내고 윽박지르는 게 효과적일까??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과거 사람도 학습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을 땐 아이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훈육하며 키웠다. 윽박지르고, 혼내고, 때리며 자녀를 키웠다. 이때 그래도 교육철학을 명확하게 세우고 일관성 있게 훈육을 한 집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관성 없이 '네가 감히?!', '부모님한테 기어올라?!'라는 방식으로 감정적으로 훈육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항상 위축되어 있고, 부모님의 눈치를 본다.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가장 편해야 할 집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항상 불안하다. 그런 아이들은 사춘기 때 친구를 잘 못 만나면 한 순간에 나쁜 길로 빠지기 일쑤다.

반려견도 대부분의 보호자가 훈육을 한다고 하지만 일관성과 명확성이 있는 훈육이 아닌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한 감정적인 훈육이 많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육법을 배워보지도 않고 본인이 부모님한테 혼나며 컸던 방식을 그대로 반려견에게 사용한다. 사람 아이를 혼내 듯 혼낸다. 그러면서 "개는 개답게 다뤄야 돼"라고 말한다. 정작 본인이 하는 행동은 개를 사람답게 다루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반려견들도 가장 편해야 하는 집과 보호자의 옆에서 항상 불안하다. 위축되어 있고 항상 눈치를 본다. 그게 정말 바라는 반려생활의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