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풀잎에게

by 김한호

네가 태어나니 세상이 죽었다

세상은 너를 낳은 시점에서 생명의 가치를 잃었고, 죽어버린 세상은 널 돌보지 않았다


내가 죽어있으니 네가 따라 죽었다

너는 굳이 썩어버린 나를 파헤치고 기어코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네가 죽으니 내가 살아났다

너의 묘에는 꽃 한 송이가 피어났고, 굶주리던 나에게 꽃가루를 먹여주었다


내가 살아나니 네가 살아났다

나는 네가 준 꽃가루를 뿌렸고, 서로 햇빛을 쥐어주었다


네가 살아나니 세상이 살아났다

네가 웃기 시작하니 서서히 꽃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너를 죽였지만 너는 세상을 되살렸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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