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생활속 일본어

by 장교주

‘가오’는 일본어 ‘顔(かお,kao)’의 발음을 그대로 가져온 말입니다. 원래 의미는 ‘얼굴, 체면’이라는 뜻이죠. 사실 ‘카오’라고 해야 일본어 발음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럽게 체면, 명예, 자존심, 폼(form) 등을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가오가 상한다.” (체면이 손상됐다, 창피하다)

“가오가 선다.” (체면이 바로 섰다, 폼난다)


영화 속 대사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만한 유명한 장면이 있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다운로드.jpg 영화 <베테랑> 중에서

영화 베테랑에서 동료 비리 경찰을 꾸짖는 황정민의 대사입니다. 돈은 없어도 경찰로서의 최소한의 체면과 자존심은 지키자는 의미죠. 한마디로,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말입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부정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도 분명히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많은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도 보이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정말 멋있어 보일까요? 오히려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봉사와 헌신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더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늘 의문을 품고 있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제 경험으로는, 개 같이 번 사람들은 돈을 쓰는 것도 개 같이 쓰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일을 하며 내 스스로 자존심과 보람, 긍지를 느낄 수 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고 낭만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하는 저에게 ‘루저(loser)들의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뭐 그렇다면 저는 루저가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돈은 없어도 ‘가오’가 있는 행복하고 낭만적인 루저이니까요.^^

다운로드_(1).jpg 영화 <베테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