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에 대하여
요새 밖에서 돌아다닐 일이 있으면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곳이 음식점이든, 영화관이든, 아니면 독서실이든 간에 그것은 문지기처럼 입구 근처에 묵묵하게 서 있곤 한다. 짧은 수수께끼의 정답은 키오스크 (kiosk), 무인결제시스템이다.
키오스크(kiosk)란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 또는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 단말기를 지칭한다. 키오스크는 넓은 의미로 은행의 ATM/CD기, 자동판매기, 무인정보 단말기 등을 포함하나, 본 글에서는 기존에 사람과 사람의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서비스 제공이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되는 스크린 형태의 무인정보 단말기(interactive kiosk)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당장 동네 상가만 돌아본다고 하더라도 오직 키오스크만 존재하는 무인 매장에서 키오스크와 직원이 주문을 받는 포스기가 공존하는 매장, 키오스크가 주가 되고 현금결제만 직원에게 하는 매장까지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이제는 종업원에게 대면으로 주문하는 것만큼 스크린을 터치하여 직접 주문, 결제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 본인이 주문하면 선택사항이 많은 매장의 경우 의사소통 오류로 인해 발생 가능한 실수 단축, 불필요한 감정 소모 차단 등 합리적인 면이 눈에 띈다. 다만 이런 편리함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본 글에서는 키오스크의 이용 목적, 사용 현황 등 배경과 키오스크 사용범위 확대에 따라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외식업체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는 2018년에 0.9%, 2019년 1.5%, 2020년 3.1%로 빠르게 증가하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6.9%로 키오스크 사용 비율이 매우 높았다. 굳이 통계자료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곳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키오스크 사용이 확대된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증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에 확산된 비대면 거래 방식 선호 경향을 들 수 있겠다. 기업, 소상공인 등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주체는 주문, 결제 업무를 인력이 담당하는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것은 영업이익 극대화에 이바지한다. 초기 비용 회수는 매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키오스크를 이용한 일정 횟수 이상의 결제, 일정 기간 이상의 영업 기간을 채우면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코로나 19와 디지털 기술혁신은 비대면 거래나 서비스 이용을 가속했으며, 이런 경향은 ‘언택트(Untact)’ 라는 용어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소비 활동 경험을 조사한 결과, 비대면 소비 활동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4.7%, 비대면 소비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종식 이후 비대면 소비 활동 의향에 대해서는 긍정의 답변이 80.1%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한국의 거래 형태 변화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함께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Mra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은 2016년 USD 200억 규모에서 2023년에 USD 310억 수준(연평균 성장률 5.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뛰어난 네트워크 서비스를 바탕으로 연평균 성장률의 13.9%에 이른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키오스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더욱 일반적인 거래 형태로 발전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 대비할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가 양산하는 소외 계층
일반적인 키오스크는 서 있는 성인의 가슴께나 눈높이에 터치스크린이 있고, 그 스크린을 터치하여 일련의 단계를 거쳐 결제를 마치는 형태이다. 이 기본적인 형태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집단을 떠올려보면, 우선 애초에 스크린을 보고, 터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한, 이동에 휠체어가 필요한 집단은 평균 키에 맞춰 설계된 스크린의 상단에 손이 닿지 않아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분야에서 설치된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능을 탑재한 키오스크는 2018년 기준 59% 정도였으나, 민간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다수의 키오스크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가 없더라도 디지털 경험이 많은 세대와 달리 디지털 경험이 부족한 고령층의 경우, 키오스크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소재의 복지관에서 키오스크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키오스크 사용에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에 대한 답변은 키오스크 조작 미숙으로 인해 시간 지연이 발생할 경우, 민망함을 느끼고 혼잡한 시간대의 경우 그가 심화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글자 크기나 외래어가 가득한 선택창, 그리고 심하면 10단계까지 있는 선택 단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1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 서툴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닌 것처럼, 디지털화된 결제방식을 접할 기회가 없던 계층이 새로운 주문형태에 서툰 것 또한 잘못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무인이다 보니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혼자일 때는 막막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안게 된다.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일률적인 시스템이 존재해야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움이 있다.
모두를 위한 기술
키오스크의 간편함은 부정할 수 없으며 그런 편리함 때문에 사용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키오스크를 없애야 한다’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좋은 기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과학 실험과 같이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경우,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만 100개 이상의 키오스크 업체가 존재하며 기계는 허리까지 오는 소형부터 성인의 키를 넘는 경우까지 다양하고 운용방법도 저마다의 방식을 따른다. 교육으로 키오스크 사용 미숙의 부분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각각인 키오스크의 형태를 규제하고 통일할 필요가 있다. 공통적인 언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춘 제도와 정책은 필수적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키오스크 접근성 상승을 위한 기능 개발이나 탑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장애인 단체는 접근성 보장 대상을 웹사이트와 스마트폰의 앱으로 한정 짓지 말고 무인 키오스크를 포함해 확대하라고 요구해 왔고, 이에 국회는 2019년 12월 19일 본회의를 개최하여 ‘장애인과 고령자의 접근성 보장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하지만 국가정보화 기본법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만 한정된 법령으로,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업종이 민간의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등 비교적 가격대가 낮고 접근성이 높은 부문들인 것을 고려하면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민간 기업에도 장애인들의 키오스크 이용 접근성을 높이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강제하는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해보는 고령 소비자를 모니터링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쉬운 용어 사용이나 메뉴 또는 주문과정에 대한 추가 안내에 대해 개선을 제안하는 고령 소비자가 많았다. 이런 사항을 반영하여 휴대전화에서의 ‘쉬운 사용 모드’ 와 같이 글씨 크기를 키우는 기능을 추가, 불필요한 외래어 순화를 통한 가독성 획득, 주문 단계를 단순화하여 불필요한 선택 단계 삭제 등 UI 상의 변화를 제안할 수 있겠다.
중간기술의 개념을 창안한 에른스트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라는 책에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고 인간 중심의 경제, 즉 인간을 위한 경제를 주장하며, 사람들이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필요가 목적이 된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키오스크는 상당히 불친절하고, 많은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기술에 소외된 계층을 발생시킨다. 기술을 만들어놓고 소비자들이 그대로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은 능사가 아니며, 분명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기반이 된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키오스크를 비롯한 다양한 비대면 방식이 선호됨에 따라 더욱 일반적인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윤 창출,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 일축 등 분명한 편리함이 있다. 다만, 그 편리함을 모두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 요즘 문제시되고 있다. 시각, 청각, 지체장애인의 접근성 문제와 고령 소비자의 디지털 적응 문제가 키오스크의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공공시설의 접근성은 관련 법제로 일정 수준 이상을 이루었으나, 민간 부문에서는 효력이 없어 강제성을 띤 법안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구체적인 키오스크 개선 방안으로는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고령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글씨 크기나 배치 개선, 불필요한 단계 삭제, 외래어 순화 등을 들 수 있겠다.
#키오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