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덕 Dec 17. 2023

글쓰기는 나의 베프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인터뷰 해보다

1. 나에게 글쓰기란?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

책을 읽고 난 후의 지식이나 생각, 어떤 일을 경험하고 느낀 감정, 혹은 가슴속에 풀어내고 싶은 응어리가 있지만, 마땅한 친구가 없을 때, 나는 글을 써요.

커갈수록 사람들과의 연대가 무섭고 어렵더군요. 모두가 계산적이고,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오래 대화하면 에너지가 소모되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글은 나한테 바라는 게 없잖아요. 묵묵히 내 얘기를 받아 적어주기만 하고. 그래서 좋아요.

2.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기록이죠.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 당시의 감정을 회상하기 위한 기록.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한 기록.

삶의 모든 면에는 배울 점이 있기에, 좋든 나쁘든 기념하고 반성하기 위한 기록.

3. 나의 글의 주제가 있다면?

해부학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뭔가를 배우려면 가능한 끝까지 해부해서 본연의 성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부학은 의학과 생물학의 기초 학문으로서, 인간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탄생했죠. 나의 글도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됐어요. 책, 영화, 예술 그리고 감정 내지 사랑. 내 나름의 이론으로 해부해 보며 이해할 수 없었던 지식이나 당시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죠.

4. 글을 쓰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면?

즐기는 것.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나만의 결핍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만큼, 나만을 위해 쓰는 것. 이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써가며 타인의 반응을 기대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인간이니까, 인간은 타인에게 결속되어 있고 싶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래도 커가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개인의 삶을 살아가기 바쁜 우리는 사실 타인에게 거의 관심이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에게는 무엇을 보여주든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5. 인터뷰를 끝마치며 할 말이 있다면?

그리고 글을 쓴다는 건, 삶을 즐겁게 만들어줘요. 예를 들어 어이없게 넘어져 골절을 당한다거나, 사슴뿔에 찔린다거나. 아무리 부조리한 일이 들이닥쳐도, 좋은 글쓰기 소재가 생겼다는 생각과 같이 웃어넘길 수 있죠.

또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감으로써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고, 서정적인 감정은 시가 되어 길고 깊게 음미할 수도 있죠. 슬프고 아픈 좌절의 감정은 글로 풀어내면 가슴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기도 하죠.

어쨌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 과정에 글쓰기가 좋은 친구가 돼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베르 카뮈가 말하듯, “작품이란 자기의식을 유지하고 이 의식의 모험을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만들 수 있은 유일한 기회이다. 창작한다는 것, 그것은 두 번 사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브스 앤 테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