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우준의 한계

by 은빛바다

우준에게는 그게 있었어. 인간에 대한 애정 같은 거 말이야.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조선시대부터 같은 민족을 양반 쌍놈으로 구분해서 부려먹었으니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을 리가 있겠어?


저 놈은 나랑 다른 인간이라고, 지금도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잖아. 아파트 평수 적으면 같이 놀지 말라고 한다며?


그게 근본적인 문제야. 다같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면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인간인데 말이야.


제도가 아무리 좋게 바뀌어도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신 노조위원장 같은 인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 운영비로 치킨이나 사면서 자기 세력을 만들려고 말이야.


우준의 축구 유니폼 백넘버가 가장 끝자리인 99번이잖아. 축구팀에서도 그런 마인드로 지냈던 거지.


자기는 나서지 않고 가장 뒤에서 모두 받들어 주는 거야. 정규직이든 용역이든 가리지 않고. 그러니까 무슨 결과든 좋게 나왔던 거지. 축구팀이든. 용우회든.


아마 마더 테레사나 밥퍼나눔 운동본부의 최일도 목사처럼 작은 희생이 쌓이면 나중에 큰 성과를 만들어내리라 여겼는지도 몰라. 자신의 행동으로 이 세상이 변화된다는 믿음 같은 거 있잖아.


단지 우준이 실천한 선행으로 한강은행 축구팀과 용우회가 만들어진 거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열매라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축구팀은 몰라도 용우회는 아니었지. 나는 용우회가 제대로 지속되리라 여기지 않았어. 이게 동네 계모임이랑 차원이 다른 거야. 매일 갈등이 일어나는 조직을 운영하는 일이야. 혼자 이끌어가기는 굉장히 버거웠겠지.


조합이나 노조 같은 개념은 아예 없었지. 그쪽으로 알아볼 생각도 없었고. 축구팀을 만들었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식이었어.


용역회사의 불만을 타고 용우회까지는 잘 만들었지. 다들 어린 나이에 의욕만 앞섰고. 이것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누구도 경험이 없었어.


다들 우준처럼 자기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잖아. 우준은 금방 지치고 용우회는 어그러진 거지.


그게 우준의 한계이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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