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잘 지내시죠?
뭐, 제가 그런 걱정할 필요없죠.
‘신’이시니까요.
다시 돌아온 건 아니고요. 어쩌다가 이렇게 뵙네요.
덕분에 인생을 많이 방황했고요. 지금도 그 방황은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하나님은 수십 년 동안 제 삶의 기준이었고, 인생의 목표였지요.
그런데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같이 신앙생활을 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요. 그들이 권하지요. 다시 교회로 돌아오라고.
그럴 때마다 저는 콧방귀를 뀌어요.
그릇된 기독교 문화를 비판하면서 양아치보다 못한 목회자와 교회를 들먹거리지요.
마무리는 항상 비슷해요. 친구들이 애절하게 저한테 이런 말을 남기지요.
“네가 돌아오도록 끝까지 기도할 거야.”
이제 나이를 먹어서 다들 집사고 장로인데, 아마 지금도 교회에서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웃기게도, 모일 때마다 그렇게 술집과 노래방을 찾으면서…….
잘 아시겠지만, 저는 20대에 밤거리를 걷다가 건물 위에 솟은 붉은 십자가만 봐도 눈물을 흘렸어요.
그게 생명의 근원이고 살아가는 이유였으니까요.
성경 말씀 하나하나가 은혜이고 감동이었지요.
신학생이었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합리적이지 않은 기독교의 가치관과 이기적인 성직자를 바라보면서 회의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친구들은 “인간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권해요. 인간을 바라보면 실망뿐이라고.
그게 되나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바라보지 말고, 창조경제만 바라보라는 주장과 똑같은 소리 아닌가요?
그러면 결함이 없는 대통령으로 보이니까요.
어쩌면 하나님은 인류 최고의 사기꾼인지도 모르죠.
믿으면 천국으로 데리고 가겠다. 믿지 않으면 지옥으로 버리겠다.
이 논리에 수많은 신도가 따랐잖아요.
더불어 전쟁도 일어났고요. 분파가 갈라지고요. 비슷한 사이비도 꽤 있었고요. 중세에는 마녀 사냥도 엄청났었죠.
역사적으로 이에 희생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겠네요.
반면 하나님 덕분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마약이나 폭력 같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건실하게 살아가기도 하고요.
특히 소외된 청소년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해요. 저의 경우가 그랬지요.
만일 하나님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 수 없는 사람도 많아요.
스스로 물어봐요.
하나님과 같이 지내는 동안 나 자신은 행복했는가?
아직 뭐라고 대답을 내릴 수 없네요.
일단 죽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러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궁금해서 물어볼 게 너무 많아요.
가장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왜 인간을 만드셨어요?
하나님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늘 인간을 사랑한다고 하시지만, 지금까지 역사를 돌아보면 '과연 그런가?' 의구심이 들어요.
하나님, 지금도 나를 사랑하시나요?
이렇게 글을 쓰니 속이 후련하기는 하네요.
글이 없었으면 제 삶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늦은 저녁이네요.
참, 천국에는 밤낮이 없겠지요.
그래서 항상 깨어 있다는 말씀을 하셨나요?
저는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잠을 자야 해요.
만일 제가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으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건가요?
문득 편한 잠자리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