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아 1.
큰형은 가방만 달랑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어머니가 집에 없자 그 빈자리로 온 설정이다.
이미 그 여자랑 살지 않고 이곳저곳 잘 곳을 동냥하면서 다닌 것 같다.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그 여자에게 싹 뺏기고 나왔다며 욕을 한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가족이 아닌 남이다.
주아는 그 여자를 따라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같은 여자인 엄마랑 지내기에 편할 테니까.
어머니가 없는 집이 허전하고 큰형이 불쌍하다. 아버지는 큰형을 받아준다. 자식이니까. 더욱이 장남이니까 어떻게든 챙겨야 한다.
다만 작은형은 다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당신에게 재차 삼차 묻는다.
“지금이야 형이 이혼해서 고분고분 지내지만 나중에 고집부리면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도 몰라. 네가 아는 것보다 형이 이기적인 면이 많아. 그때도 같이 살 수 있겠냐.”
뭔가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 같다.
일단 아버지가 받아주니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는 게 당신의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모시는데 거드는 손이 더 있으면 집안일이 편할 거라고 여긴다.
저녁에 당신과 큰형이 술을 마시는 시간이 잦아진다. 작은형이 오면 셋이 간단한 술판을 벌인다. 천안까지 운전해야 하는 작은형은 안주발만 세운다.
큰형은 장남으로써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더불어 그 여자의 행패를 털어놓는다.
“자기는 한 달에 300만 원은 써야 하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300만 원 이상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야. 나는 최선을 다해 벌어 줬어. 그 돈을 받으면 쫙 빼입고 백화점으로 가. 가서 무조건 질러.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우우우 추켜세우는 걸 즐기는 거야. 나중에 돈 없다고 중고로 팔아. 만일 돈을 안 주잖아? 한겨울에 잠자는데 보일러 끄고 창문을 싹 열어 놔. 내일 출근하는데.”
정신 나간 년이다. 그런 정신 나간 년이 좋다고 결혼한 큰형은 뭔가?
작은형이 불평을 털어놓으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이제부터 주아 얼굴 안 봐. 지 할머니 장례식에서 절만 하고 밥만 먹고 가는 손녀가 어딨어. 걔 회사 직원들이 문상을 왔다가 주아 없는 바람에 황당하게 돌아갔잖아.”
이제 주아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는 태도다. 큰형은 상심이 크지만 변명할 말이 없다. 특히 이혼해서 지 엄마랑 같이 살고 있으니 그쪽 집안 사람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작은형의 이런 선언은 오래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