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가족 (3)

어머니가 계신 곳

by 은빛바다

당신은 매달 아버지를 모시고 벽제중앙추모공원으로 간다. 그곳에 어머니가 있다.


원래 아버지가 혼자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도록 길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버스 노선을 프린트하고 당신이 직접 모시면서 설명하지만 연세가 많은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다.


어디에서 내리고 몇번 버스로 갈아타는지 아버지는 눈만 끔뻑거릴 뿐이다.


게다가 노쇠한 몸으로 추모공원 언덕을 오르기도 어렵다.


추모공원에서 아버지는 항상 똑같다. 어머니의 봉안함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게 전부다. 부부단이라 바로 옆자리가 아버지의 봉안함이 들어갈 곳이다.


지난 달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안치단에 든 어머니의 사진은 그대로다.


작은형이 다녀가면서 붙여둔 국화도 변화가 없다. 그래도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아버지는 계속 바라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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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당신은 추모공원 안치관을 둘러본다.


각 봉안함에는 망자의 생일과 죽은 날이 적혀 있다. 간혹 당신보다 늦게 태어났는데 먼저 간 망자를 확인하면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또 숙연해진다.


가장 푸릇한 시절인 10대 후반에 죽은 아가씨의 봉안함이 있다. 또 부부가 같은 날에 죽은 안치단도 있다.


유독 안타까운 안치단을 봤는데, 엄마와 아기가 같이 들어있다. 아기는 5살로 3월에 죽었고, 엄마는 아이가 죽은 뒤 4개월 만인 그해 7월에 운명했다. 아이가 죽자 실의에 빠진 엄마가 따라간 걸까.


안치단에 둔 엄마와 아이의 사진은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 웃음이 어떤 통곡보다도 애절하게 다가온다.


살아있을 때 무엇을 했든 여기에서는 한줌의 재다.


그래도 수많은 삶이 여기에서 이어가고 있다.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 이곳을 찾아오는 가족과 방문객에 의해 계속 재생되는 것이다. 죽었지만,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그 사연에 공감하고 있다.


크게 보면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나갔지만, 그 사건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당신이 열심히 살아가는 힘이 된다.


아버지는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대로다. 60년 넘게 같이 산 부부의 소회를 당신은 가늠할 수 없다.


당신은 가만히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그만 가자…….”


드디어 아버지가 등을 돌린다. 당신은 추모공원을 나서면서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인사한다.


다음 달에 아버지 모시고 또 올게…….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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