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가족 (7)

동거의 시작 1.

by 은빛바다

상조 직원이 장남을 찾는다. 큰형이 아버지 유골함을 든다. 어머니 옆에 나란히 안치한다.


3년 동안 혼자 지낸 어머니는 이제 외롭지 않다.


그 동안 잘 사귄 주위의 망자에게 아버지를 소개하려니 부끄럽지 않을까, 이승에서 같이 살았던 남편이라고.


저승에서 아버지는 제발 속 썩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장례 지도사는 안치단이 닫히기 전에 각자 추억이 될 물건을 넣으라고 한다.


반면 당신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넣어둔 당신의 사진을 꺼낸다.


초등학교 시절 눈 내리는 묵동의 골목에서 어머니가 직접 찍어준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


어머니가 외로울까 봐 사진이라도 같이 지내라고 안치단에 넣어둔 것이다.


이제 아버지가 대신 들어갔으니 외롭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휴대폰에는 수천 장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날까지 살면서 부모님과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


삼우제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3형제는 작은 카페에 들른다.


장례식은 잘 치렀다. 어머니의 경험으로 인해 장례식장은 어디로 예약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여유가 있다.


이번에는 주아도 사촌과 같이 상복을 입고 할아버지 가는 길을 돕는다. 그게 삼촌 입장에서는 대견하다.


다시는 주아를 안 보겠다던 작은형은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하긴 조카도 핏줄인데 내칠 수 없다.


장례식을 치르니 유산 분배가 남는다. 3형제는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합의한다.


이제까지 빼 쓴 주택연금 금액을 빼고, 아파트를 살 때 작은형에게 받은 대출금을 돌려주고, 기타 경비를 세세하게 제하고 남은 금액을 3등분한다.


작은형은 이제까지 부모님을 모시느라 고생을 한 당신에게 더 얹어주려고 하지만, 당신은 아파트를 살 때 아버지에게 받은 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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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당신은 큰형에게 아파트를 사 둔 사실을 밝힌다. 이제까지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고 있었다.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눈다.


8개월 뒤 당신의 아파트 월세 기간이 끝난다. 임차인이 나가면 그쪽으로 이사 가면 된다. 반면 큰형은 갈 곳이 없다.


주아의 오피스텔 전세를 빼서 아버지의 유산과 합쳐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한다. 두 사람이 살기에 빠듯하다.


정말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당신은 정말 당신의 어머니처럼 희생심이 강하다. 해서 안 될 제안을 한다.


"큰형, 내 아파트에서 주아랑 같이 살까? 생활비만 내. 열심히 돈 벌어서 생활이 안정되면 그때 나가면 돼."


앞으로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려면 좁은 집은 안 된다.


더불어 큰형이 부모님 제사를 제대로 치를 인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남긴 말, “지금 영호는 뭐하고 있니?” 장남을 걱정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의외의 제안에 큰형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유산 문제는 사무직인 작은형이 전적으로 맡고 설날에 만나기로 한다. 헤어지기 전 작은형이 슬쩍 던진 충고가 당신의 가슴에 박힌다.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다. 이제 너도 네 인생을 살아야지. 안 그래?”


당신은 씁쓸한 기분으로 승용차를 운전한다.


집으로 돌아오자 큰형은 안방으로 들어간다.


장례식을 마친 다음 날 아버지의 유품을 전부 정리하고 청소까지 마쳤기에 깨끗한 빈방이다.


갑자기 큰형은 아버지가 누웠던 전기장판을 접어 집밖으로 내논다.


“아직 쓸 수 있는데 왜 버리려고 해?”


큰형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더러운 것이다. 계속 아버지의 똥을 닦아낸 것이니까.


아버지가 쓴 이불도 절대로 덮지 않는다.


한동안 안방은 그대로 비워둔다.


당신이 소파에 앉아 깜빡 조는 날에, 안방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콸콸한 목청으로 힘껏 근호야! 하고 당신을 부른다.


당신은 잠결에 후다닥 일어난다. 안방으로 달려가려는 그 자세로 멈춰버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안방 문을 연다. 텅 비어 있다. 왠지 모르는 허탈함에 당신은 벽에 등을 기대고 쭈그려 앉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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