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의 시작 2.
큰형이 잔뜩 흥분해서 들어온 저녁에 당신에게 부탁한다.
“이 집에서 주아도 같이 살면 안 되냐? 이버지 방이 비었잖아.”
주아가 오피스텔에서 술을 마시다가 체육복 차림으로 나간다. 큰형은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다 큰 처녀가 길바닥에 누워서 잔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주아를 깨운다. 손을 잡고 끌어당겨 파출소로 간다. 주아는 취한 채 비틀거리며 따라간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만나길 다행이지 이 흉악한 세상에서 못 된 놈을 만나 다른 곳으로 끌려갔으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더 큰 문제는 주아가 그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 오피스텔에서 나와 슬리퍼를 신고 길거리를 걷다가 길바닥에 쓰러져 자다가 아저씨에게 끌려온 기억이 하얗게 없다.
새벽에 깨어나 경찰한테 사연을 들었다고 한다.
보호자가 와야 보내준다고 하기에 주아는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환한다.
“주아, 저대로 두면 안 돼. 데리고 와야 해. 조금 불편해도 같이 살자구.”
큰형이 사정조로 말한다.
먼저 주아가 경찰서에서 그 여자를 부른 점이 마뜩잖다. 혹시 그 여자가 오피스텔에서 같이 있었던 건 아닐까?
둘이 술을 마시면서 싸우다가 취한 주아가 뛰쳐나가고, 경찰서에서 보호자를 찾기에 가까운 곳에 있는 그 여자를 부르고.
주아는 그렇게 구박을 당하면서도 그 여자와 선을 긋지 못 한다.
여전히 월급의 일부를 그 여자에게 계좌이체로 보내준다. 외동딸이라서 그런지, 어쨌거나 자기를 낳아준 엄마니까.
큰형은 어떻게든 그 여자한테서 주아를 떨어뜨리려고 한다. 이혼하면서 그 여자에게 뺏긴 주아를 다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다시 환청이 들리지 않게 누구라도 안방에 들어왔으면 한다. 그게 조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날 저녁에 당신은 어머니 꿈을 꾼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주 꿈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등을 돌리고 당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버지도 살짝 보였는데 베란다 쪽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어머니는 아무도 없는 큰형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등을 돌리고 눕는다. 그 옆에는 작은 아이가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영문을 모르는 당신은 어머니가 왜 이러고 누워 있는지 묻다가 아, 청소를 해야 하는데. 아, 빨래 쌓였는데 아직 못 했는데. 하면서 집안일에만 신경을 쓴다.
어머니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그 꿈의 의미를 안다. 부모님이 이 집에 주아가 들어오는 걸 싫어한다.
당신은 추모공원으로 간다.
부부 안치단에 놓인 어머니 아버지의 유골함을 바라본다.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아들이고 손주이고 어려운 사정인데 어떻게 외면을 하느냐고 달랜다.
결국 아버지가 그렇게 싫어한 주아의 침대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야릇한 화장품 냄새가 진동한다.
큰형은 원래 이럴 계획으로 아버지의 전기장판을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사하면서 부녀는 키득거리며 즐거워한다.
주아는 안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본다. 오피스텔은 다음 계약자가 올 때까지 비우기로 한다.
새로운 고생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