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과 주아, 당신 (1)

by 은빛바다

큰형 휴대폰이 울린다. 주아의 번호가 뜬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의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예의가 바르다.


“안녕하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박주아 선임의 아버님 되시죠? 저는 박주아 선임과 같이 일하는 황인영 대리라고 합니다.”


당신은 금방 사태를 파악한다.


거실에 걸린 벽시계를 바라본다. 저녁 11시, 도로가 막히지 않을 시간이다.


곧장 출발하면 술 취해 흐느적거리는 주아를 태우고 자정 즈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네, 그런데요.”


침착하려고 애쓰지만 큰형의 목소리는 이미 떨고 있다.


“회식이 있었는데요. 박주아 선임이 너무 취해서 몸을 못 가누고 있어요. 저희가 일부러 술을 마시게 한 건 아니고요. 오늘 박주아 선임 기분이 너무 좋았나 봐요.”


당신의 집으로 이사 온 뒤 벌써 이런 사건이 세 번째다. 그럴 때마다 큰형이 승용차를 몰고 가서 주아를 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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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이 반주로 막걸리를 마신 날에는 운전할 수 없기에 당신의 승용차로 갔다.


주아는 보도블록에 퍼질러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들고 큰형과 통화하던 직장 동료가 손을 흔든다.


그와 만나는 순간 당신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 자식은 아니지만 민망하다. 큰형은 얼마나 더 창피할까.


“지 친할아버지 닮아서 그래.”


돌아오는 승용차에서 당신이 농담을 던지지만 큰형은 뒷좌석에서 자는 주아를 바라보며 한숨만 몰아쉰다.


“미친년, 정신 나간 년, 대가리에 빵구를 내버릴 년!”


온갖 욕을 하지만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큰형은 직접 주아를 데리러 가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내성이라도 생긴 걸까.


황 대리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고, 택시에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더불어 택시 기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도 부탁한다.


하긴 주아를 데리러 가는 동안 황 대리는 집에 갈 수 없다.


흉흉한 세상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다 큰 처녀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그것도 회사에서.


당신은 인터넷을 하고 큰형은 TV를 보면서 침묵을 지킨다. 초침 지나가는 소리조차 답답하다.


주아가 올 시간이 되자 큰형은 베란다에서 어두운 도로를 바라본다. 다른 집 딸도 이럴까, 당신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데도 머리가 지근거린다.


휴대폰이 울리자 큰형은 거실에서 뱀이 나온 것처럼 후다닥 뛰쳐나간다.


다행히 주아는 걸어서 들어온다. 큰형의 잔소리에 머리가 아프다고 짜증을 내더니 급하다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한참 동안 나오지 않는다. 큰형이 노크하지만 반응이 없다. 슬며시 문을 여니 주아가 변기에 앉은 채 자고 있다.


다시 큰형의 욕설이 터진다.


“미친년. 정신 나간 년. 대가리에 빵구를 내버릴 년!”


아침에 일어난 큰형과 주아가 한바탕 싸우며 출근한다. 당신은 잠결에 주아가 악쓰는 목소리를 듣는다.


“알아들었으니까 그만 얘기해. 지겨워. 아, 알았다구!”


그렇게 싸우면서 주말이 되면 둘만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한다.


간혹 당신에게 같이 가자고 빈말을 하지만 전혀 내키지 않는다. 맛있는 반찬도 따로 숨겨뒀다가 주아에게만 챙겨 주는 큰형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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