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나치킨 사장 이성일

by 은빛바다

한강은행 축구팀을 운영하는데 우준의 공로가 컸지. 그만큼 인정을 받았지만, 반면 용역이 너무 나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어. 거기가 굉장히 뒷말이 많은 곳이거든.


어느 정도냐면, 나도 조금 가깝게 지낸 대리한테 들은 거야.


그 대리가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데 신용사업부 부장이 보이더래. 근처로 이사를 온 거지. 직장 상사니까 먼저 인사하고 도와드렸지. 잔심부름도 하고, 손목아대 같은 운동 도구도 챙겨주고.


이게 자연스러운 거잖아. 회사 직원끼리 우연히 헬스클럽에서 만나 운동하는 거 말이야. 사실은 그렇지 않아. 결국 대리가 다른 헬스클럽으로 옮겼어.


둘이 운동하는 사실을 알고 같은 부서의 과장이 한마디 던지더래.


- 너무 친하게 지내는 거 아냐? 좀 꺼림칙해.


이렇게 말하면서 실눈으로 쓰윽 훑더래. 자기 행동이 직급 높은 상사의 귀에 들어갈까 봐 경계하는 거지. 혹시라도 안 좋은 말을 흘려서 인사 고과에 반영될까 봐 신경 쓰이는 거야. 그래서 한강은행에서는 서로 친해도 친한 척해서는 안 돼.


다른 경우는 더 기막혀.


메일을 받았는데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어. 제목부터 욕이더래. 클릭을 했지. 내용이 가관이야. 윗대가리한테 잘 보이려고 애쓴다. 그래, 너 잘났으니까. 아부 잘해라. 잘 붙어서, 승진 잘하고,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바퀴벌레 같은 놈아.


이렇게 써 있더래. 상사와 친하게 지내니까 그게 배가 아파서 유령 메일로 험담을 보낸 거야.


만일 어느 직원이 상사에게 인정을 받잖아? 괜히 중간 간부가 불러서 윽박지르고 아는 척도 안 해. 사원들도 그런 점에서는 얼마나 예민한지 알아? 귀신같이 눈치채고 중간 간부 쪽으로 붙어. 술자리에서 왕따를 당해. 뒤에서 험담을 산더미처럼 뱉어. 혓바닥으로 희한한 사건을 만들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동조하면서 계속 몰아가. 나중에 부서에서 어떤 잘못이 생기면 전부 떠 넘겨버려.


살벌하더라. 남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곳이야. 자연히 자기 업무가 아니면 함부로 나서지 않으려고 하지.


그런 곳에서 정규직이 자청해서 축구팀을 만들어?


시작하기도 전에 피 말리는 왕따를 당했을 거야. 원래 한강은행 축구팀이 계약직과 용역직으로 시작했잖아. 때문에 그런 제재를 당하지 않았던 거지. 우준은 용역이라 정규직이 왕따를 시킬 수도 없잖아. 애초부터 용역은 정규직에 왕따니까.


우준이 축구팀 운영을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우준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 이가 바로 성일이었어.


나도 인천본부 청경이라 지점에서 오는 어음교환원을 로비에서 만나잖아. 주로 용역 운전기사나 청경이 왔어. 그때 느끼는 거지만 개성이 다 있었어.


청천동 지점에 기사…… 누구였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영준인가? 아니면 영식이었나? 나도 축구팀 멤버가 누구누구인지 좀 아는데 이 친구는 깡패 같았어.


축구팀에서 마누라가 나나치킨을 운영하는 성일이, 이 친구가 남달랐어. 굉장히 축구를 잘 한다고 들었고. 주차장에서 축구팀 운영 때문에 우준과 한참 동안 상의하는 광경을 자주 봤어.


가끔 대화를 나누면 수준이 있었어. 농업 고등학교 출신이라 낮춰 보려는 의도가 절대로 아니야.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자기 얘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사건의 맥을 잘 짚고. 또 잘난 척도 하지 않더라고. 마누라가 치킨집을 운영하지만 돈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었어.


우준의 곁에 저런 친구가 있으니까 모임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 둘이 동갑이라서 요즘 말로 완전히 베프였어.


지금도 서로 만나는지 모르겠어.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5화10. 한국은행 현금 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