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시온의 집

by 은빛바다

학창 시절 우준의 별명은 ‘경모 아빠’다.


우준은 신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장 서울 변두리의 ‘시온의 집’으로 귀가한다.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장애아동 보호시설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논길을 따라 한참 걸어야 한다. 간혹 저녁 노을이 드리워진 농가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시멘트 벽돌에 슬레이트 지붕을 얻은 단층 건물로 들어간다.


신발을 벗고 군데군데 찢기고 벗겨진 장판을 밟으며 자원봉사자 숙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같은 자원봉사자인 유상운과 지낸다. 벽에 못만 박아서 만든 옷걸이에는 외투가 두 벌밖에 없다.


예배당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정신지체아 7명이 모여 있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갈고리 같은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긁는 광호는 10살 무렵에 조현병 증세를 보였다.


우준을 보자마자 반갑다고 달려오는 선재는 다운증후군 환자다. 말투가 어눌해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십자가가 그려진 강대상과 서울 교회의 장로님이 기증한 풍금만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예배를 보고 밥도 먹고 잠도 잔다. 심지어는 요강까지 준비되어 있다. 구석에는 이불이 겹겹으로 쌓이고 앉은뱅이 식탁도 포개져 있다.


부모는 약간의 지원금을 약속하고 집에서 기를 수 없다고 판단된 정신지체아를 의탁한다. 하지만 아이를 맡긴 뒤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연락이 끊기고 이사를 간 부모도 있다. 자식을 버린 것이다.


상운이 식탁을 펼치며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다.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우준은 부엌에서 목사 사모가 건네준 반찬을 나른다. 서울 교회에서 행사용으로 갖고 온 플라스틱 1회용 접시이지만 여기에서는 닳도록 쓰고 있다.


이유훈 목사는 책상에 앉아 출판사에서 맡긴 외국 신학서적을 번역하는 중이다. 그런 방법으로 시온의 집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고 있다.


가끔 서울의 대형 교회에서 나눔의 행사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생활하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생필품을 전달하고 청소하고 목욕시키고 밥까지 먹이고 가는데, 시온의 집에서 고기 먹는 날은 그때뿐이다.


반찬은 나물 김치 간장이 전부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곳 아이들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반찬이 식탁에 올랐다가 고스란히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학교는 잘 다녀 왔어?”


우준이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자 그제야 상운이 말을 건다. 이 목사가 식사 기도를 하고 숟가락을 들지만 제대로 수저질을 하는 아이는 없다. 옆에 앉은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면서 자기 식사해야 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 목사는 신학교 선배이고, 우준은 자원봉사 동아리를 통해 1학년 여름에 아이들 목욕을 시키러 왔다가 알게 되었다. 지금은 아예 시온의 집에서 등하교를 하고 있다.


“경모는 어디 있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들어오겠지.”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찾으러 간 적도 있지만, 경모는 아무리 늦어도 잠은 꼭 시온의 집에서 잤다.


상운이 밥 한술 뜨고 그 위에 나물을 얹어 옆 아이의 입안으로 넣어주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밥알을 흘린다. 얼굴을 마주보면서 과장스럽게 턱을 움직이며 음식을 씹으라고 알려줘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는 광호는 나중에 따로 밥을 챙겨줘야 한다. 저 자세로 잠이 들고 심지어는 대소변까지 본다.


운동을 시키려고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일으키면 후다닥 반대쪽으로 가서 똑같은 자세로 웅크리고 앉는다. 그렇게 예배당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나중에 광호가 거칠게 숨을 고를 정도니 운동은 제대로 시킨 것 같다.


어렵던 설거지도 이제는 순식간에 해낸다. 고무대야에 담그고 우준은 비누 푼 수세미로 문지르고 상운은 흐르는 수돗물에 비누 거품을 씻어낸다. 남은 반찬을 덜어내고 식탁을 정리하는 몫은 목사 내외가 한다.


어느 가정집처럼 깨끗하지는 않다. 접시에는 닦지 못한 비누 거품이 남아 있고 예배당 바닥에는 고춧가루가 묻어 있다.


씻지도 않은 채 잠드는 아이들은 청결과 거리가 멀다. 시멘트 벽돌로 지은 투박한 시온의 집부터 깔끔한 이미지와 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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