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본부 로비에서 경비 근무를 서면 별의별 인간이 다 들어와.
대표적으로 잡상인이지. 어떻게든 몰래 들어가서 상품을 팔려고 해.
건물 구조를 알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승강기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은행 업무를 보는 척 중앙지점에서 버티고 있다가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계단으로 후다닥 올라가지.
넥타이, 식당 전단지, 남성 화장품 등 종류도 다양했어. 사무실에 잡상인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장 달려가서 끌고 나오지.
대부분 순순히 따라 나오는데 끝까지 버티는 잡상인도 있어. 그러면 그가 파는 상품을 뺏어서 들고 나와.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오게 돼 있지.
미안하기도 하지. 그들도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애쓰는데 말이야.
해병대 출신이 후임을 만나러 오는 경우도 있어. 안내 데스크에서 누구 대리 이름을 대고 불러 달래. 전화를 거니까 무척 머뭇머뭇하면서 내려오는 거야.
만나는 순간 몇기입니다 하고 멋있게 거수경례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심드렁하게 목인사만 하더니 주차장 입구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더라.
다시 건물로 들어온 대리에게 내가 말을 걸었지.
- 해병대였어요? 대단하네요. 그 분이 선임인가 봐요. 해병대는 전우애가 끈끈하다고 하더니 아직도 연락하나 봐요.
대리가 진저리를 치듯 고개를 젓더라.
- 저게 해병대 이름 팔고 돌아다니며 후임한테 돈 뜯는 놈이야. 다음부터 나 없다고 해. 지방으로 전출 갔다고 해.
몸싸움을 심하게 한 적도 있었지.
연체자가 로비에서 만난 채권추심단에게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사정하다가 직접 본부장에게 부탁하겠다고 확 돌아서는 거야. 계단 뛰어 올라가는 그를 막으러 나도 진짜 뭐 빠지도록 달려야 했어.
복도에서 잡으니까 뿌리치고, 다시 엉기고, 팔로 밀어내면서 놓으라고 고함 지르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직원이 무슨 난리가 터졌나 확인하러 나오고. 채권추심단이 간신히 진정시켜서 데리고 갔지.
그 연체자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니 발악이라도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
양아치도 왔었어. 목발을 짚고 들어오더니 누구를 만나러 왔대. 걸음걸이가 어색하기는 했는데 설마 장애인 흉내를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누구냐고 물으니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얼굴을 봐야 알 수 있대. 어느 부서냐고 하니까 2층이래. 신용사업부요? 거기가 맞대. 신용사업부 직원이래.
친절하게 내가 모셔다 드린다고 승강기까지 잡아 줬지. 목발을 짚었으니까 계단을 못 올라갈 줄 알았거든.
그가 신용사업부로 들어가자마자 태도가 확 바뀌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야. 사람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행패 부려서 삥 뜯으러 온 거였어.
떠드는 말이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거였어. 무슨 정치인도 누구 운동선수도 남 도와줘서 그렇게 잘 된 거라고 횡설수설 주절거렸어.
청경이 그런 거 막으라고 월급 주고 고용하는데 나는 친절하게 사무실까지 안내를 해줬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
아차 싶어서 내가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그가 목발 팽개치면서 바닥에 드러눕더라. 장애인 괴롭힌다고 또 고래고래 소리를 치더라.
결국 신용사업부 부장이 내민 만원 받고 일어섰어. 감사하다고 허리를 꾸벅 숙이더니 나가더라. 그 속도가 너무 빨랐어. 뒤쫓아 갔는데 벌써 계단으로 내려가 현관 밖으로 사라지더라. 거의 목발을 들다시피 하면서 말이야.
나중에 우준에게 들었는데 그런 사람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대. 뒤에 어떤 패거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손을 대는 순간 책상에 머리를 박고 넘어지는 자해를 해서 사건을 키운대. 1층에서 막는 게 최선이라고 하더라. 거기 뚫리면 조치하기가 힘들다고 하더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10여 명이 우르르 들어왔어. 가짜 장애인이 아닌 진짜 장애인.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없더라. 앉은뱅이도 있었어. 손에 쥔 목침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거야. 아무리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청경 2명이 다 막을 수가 없었지. 아무 사무실이나 들어가 도와 달라고 생떼를 쓰는데 도대체 방법이 없더라고.
한 과장이 나서서 다 회의실로 데리고 갔어. 대담을 시작했는데 역시 먹고 살게 도와 달라는 거야. 얼마를 줬는지 모르겠는데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대.
나는 이런 생각을 해. 경제 생활이 힘든 장애인 인권은 옹호하잖아. 장애인 주차 공간이 따로 있고. 웬만한 건물은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잖아.
다 같이 살자고 배려하는데 왜 우리 같은 용역은 무시하냐고. 장애인은 사회적인 약자니까 배려하고, 우리는 사회적인 찐따니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거야?
그날 사건으로 열받은 내가 저런 놈들 다 쓸어버리고 싶다고 씩씩거리니까 우준이 타이르듯이 말하더라.
- 저 사람들이 오죽하면 이런 곳에 오겠니.
웬 헛소리인가 싶었지. 나는 방방 뛰었어.
- 저런 놈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서 욕먹고 잘릴지도 모르는데, 형은 그래도 괜찮아?
우준은 가만히 등을 돌리더라. 그 모습이 굉장히 쓸쓸하게 보였어. 뭔가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