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조직개편

by 은빛바다

우준은 신진종합관리로 전화를 건다.


자신이 속한 회사이기도 하지만 알아본 결과 여러 용역회사 중에서 가장 기반이 탄탄하다. 사원 복지도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한강은행 담당자 임 과장을 찾자 무슨 일이냐며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린다. 또 용역의 월급이 적거나 청소도구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항의 전화를 건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청경 김우준입니다. 잠시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준은 정중하게 제안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 전화로 하면 안 될까요?”


“저희 한강은행 용역직원 20명이 보직을 갖은 채 신진으로 이동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면담을 했으면 합니다.”


“잠깐, 방금 누구라고 했죠? 어디에서 근무해요?”


“저는 한강은행 인천본부에서 청경으로 근무하는 김우준입니다.”


“아! 우준씨. 내가 얘기 많이 들었어. 축구팀에 큰 기둥이라고. 한강은행 홍보 효과가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하더라. 방금 뭐라고 했죠? 우리 회사로 20명이 입사한다고? 보직을 그대로 갖고?”


“저희가 축구회원을 중심으로 용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단체 이동하기로 합의를 본 거예요.”


“어, 그래요? 이거 내가 결정한 문제가 아닌데. 잠깐만 기다려봐요.”


잠시 저쪽에서 서로 뭐라고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난다.


“우준씨, 상무님한테 연결할게요.”


음악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바뀐다.


“전화 바꿨습니다. 신진종합관리 손낙중 상무입니다.”


상무와 통화하기는 처음이다. 우준은 예의를 지키면서 담담하게 대하려고 애쓴다. 용역직원과 상무의 대화지만 수그러드는 태도를 보이면 기싸움에서 밀릴 것 같다. 나중을 더 고려해야 한다. 지금 주도권은 우준이 갖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강은행 청경 김우준입니다.”


“방금 얘기를 들었는데, 20명이 넘어온다고. 그거 일일이 다 확답을 받은 건가요?”


손 상무도 당황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목소리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저희가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회원이에요.”


“축구팀 회원 가입하는 수준으로 여기면 안 돼. 일일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해.”


“다들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20명이 그냥 넘어오지는 않을 테고, 요구 조건은?”


“직접 만나서 말씀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내가 조만간 가죠. 인천본부에서 근무한다고 했죠? 다른 용역 입단속을 잘하고. 자칫하면 우리 회사 이 업계에서 왕따를 당해.”


“그렇다고 경영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알았어요. 이따가 이 휴대폰 번호로 연락하지.”


손 상무가 전화를 끊는다. 이제까지 마음대로 벗겨 먹었던 용역인데 이런 제안을 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발 빠르게 사장에게 보고한 뒤에 찾아올 것이다.


저녁에 만난 손 상무에게 우준은 용우회 명단을 내민다. 장소는 나나치킨이다.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주소 근무지가 기록되어 있다. 전부 사인을 받아놨다. 맥주를 마시며 손 상무는 시원하다고 입술을 닦는다.


“이런 곳도 특색있고 괜찮구만. 용우회는 여기에서 만나는 모양이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용역끼리 한번 모이자고 한 게 이런 의견이 나왔어요. 원래 매달마다 모이기로 했는데, 다들 근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오더라고요. 맥주 마시면서 의견을 나누게 되었고요. 훨씬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다 자네가 의도한 계획 아냐? 한강은행 정규직에게 신임이 없으면 아무 마찰없이 이런 일을 벌이기 힘들어.”


우준은 요구 조건을 내세운다. 복지를 더 향상해 달라. 용역직원을 존중해 달라. 용역회사에서 무시하면 한강은행 직원은 더 무시할 것이다.


임금에 대해서는 더 의견을 나누기로 한다. 갑자기 20명의 월급을 올려주기는 용역회사 측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긴 이건 손 상무의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준은 용우회를 통하여 다른 직원이 더 끌어올 수 있다는 암시도 준다.


반면 손 상무는 앞으로 용우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전부 우준이 책임을 지기로 확답을 받는다.


신진종합관리 간부 회의를 거쳐 사장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한강은행의 보직을 그대로 갖고 들어온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나나치킨으로 모인 용우회 회원들이 신진의 이름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사인하기 전 월급이나 처우 개선 사안이 제대로 맞는지 꼼꼼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확인한다.


지난 용역회사로 사직서를 제출하는데 시원하게 한방 먹인 기분이다. 용우회 깃발이라도 있으면 아무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다.


용우회에서도 우준을 신뢰하지 않고 어깃장을 놓는 회원이 있다. 이러다가 직장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안을 조성한다. 그럴 때마다 성일이 나서서 그 동안 축구팀을 운영한 성실성을 근거로 우준을 두둔하며 중재한다.


이 소문이 한강은행에 퍼진다. 용우회의 결성만으로 용역을 대했던 정규직의 태도가 달라진다. 특히 주 과장은 언제까지 그렇게 당하고 살 거라며 잘한 행동이라고 우준을 추켜세운다.


반면 직원을 뺏긴 다른 용역회사 직원이 인천본부로 찾아와 협박한다.


“네가 김우준이야? 불법쟁의로 노동부에 고소할 거야. 네가 나중에 신진에서 한자리 얻기로 하고 이런 일을 벌이는 모양인데 어디 잘 되나 보자구.”


밀린 월급이나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우준은 법무사를 데리고 와서 용역회사를 상대하도록 한다. 그는 한동안 나나치킨에 살다시피 하면서 용우회 회원에게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법률 상담을 해준다.


우준과 오래 알고 지낸 형이라고 하기에, 혹시 학교 동창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아니요. 어릴 때부터 같은 교회에 다녔어요.”


빠르게 용우회 회원이 늘어난다. 우준과 성일은 나나치킨에서 한강은행 용역직 신입을 만나고 같이 일하기에 괜찮다 싶으면 용우회 가입을 추천한다.


남자에게는 축구팀 참여를 권유하지만 강요는 없다. 미화원까지 영역을 확대해서 결국 한강은행 용역 절반이 용우회에 가입한다. 그만큼 우준의 영향력이 커진다.


우준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는다. 용역 회장님.


고 주임은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우준에게 부러운 듯이 말한다.


“나중에 너 용역회사 차려도 되겠다. 아예 이 건물에서 노조사무실처럼 용우회 사무실을 만들어라. 혹시 나보다 더 돈을 많이 받는 거 아니야? 우리도 지점에서 근무하는 계약직끼리 뭉쳐야 하는데 만나면 술 먹고 자기 고집만 내세워. 너 같은 애가 없어.”


그 즈음 한 과장을 통해 인사과장 김우현과 우준이 형제라는 소문이 퍼진다. 우준이 학벌을 고졸로 속이면서 작성한 이력서를 김 과장이 눈감아주고 채용한 사실도 드러난다.


더불어 우준이 왜 이런 일을 자청하는지 그의 형을 통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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