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함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
2025.04.28(월)
1. 필라테스 수업을 첫 수업날이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본격적이었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굉장히 운동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2. 집에 내 옷가지들과 짐을 옷장과 서랍 안에 모두 정리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방이 되었다.
3. 어머니가 육지로 볼일을 보러 가셔서 아버지와 둘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페리카나 치킨을 포장해서 함께 먹었다. 양념반 후라이드반, 원조가 진리라 하였나. 맥주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아버지와 재밌는 시간을 보낸 거 같아 좋았다. <핫스팟>이라고, 아버지가 즐겨봤다는 일본 드라마가 있는데, 얼마나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손수 넷플릭스를 켜서 틀어주셨다. 마음속으로 ‘제발 재밌어라’라고 빌고 있었는데 실제로 상당히
재밌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작은 마을에 숨어 사는 외계인과 그 주변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 입담이 매우 현실적이고 공감되더라. 아버지가 즐겨봤다는 콘텐츠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2025.04.29(화)
1. 오늘은 아버지도 볼일이 있어서 육지로 가신 날. 처음으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날이었다. 20대 동안 혼자 살았던 나날이 누군가와 같이 살았던 나날보다 더 긴데도, 갑자기 혼자가 되니 뭔가 집이 허전했다. 내 집이 아니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묘한 자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운동 끝나고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집에 돌아온 후 먹은 점심이 정말 맛있었다.
2. 태워줄 사람이 없어서 운동 가는 길, 오는 길을 모두 버스를 탔다. 제주라서 배차간격은 심각했지만 덕분에 제주의 자연을 길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제주도민이 된 거 같기도 했다. 신선한 바람에 살랑이는 이름 모를 하얀 꽃들과 지저기는 새들, 선명한 햇빛이 어느 숏츠보다 매력적이었다.
3. 오랜만에 친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잊고 살았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 맞아, 나 원래 이렇게 살았었지? 이 제주의 삶과 필리핀의 삶 전의 나는 여느 서울 직장인과 마찬가지였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2025.04.30 (수)
1. 또다시 돌아온 수요일, 공식적으로(?) 가족 나들이를 하는 요일이 돌아왔다. 원앙계곡을 갔다가 신상카페까지 다녀왔는데,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제주의 자연 덕에 오늘도 행복한 순간들이 잡초처럼 슬그머니 피었다.
2. 아버지께서 내가 찍어준 사진이 잘 나왔다며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아하,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기뻤던 것 같다. 아버지가 프로필 사진으로 내가 찍은 사진을 쓰셨다..!
3. 반년만에 귀걸이와 목걸이를 바꿨다. 끼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바꾸니 스스로의 모습이 좀 달라 보이면서 기분도 색달랐다. 사소한 변화도 소소한 행복을 주는구나.
2025.05.01 (목)
1.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가 험한 날이었다. 가야 할 곳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나였다. 원래 같았으면 근로자의 날, 그것도 꿀연휴의 시작에 이렇게 날씨가 안 좋으면 악착같이 준비했던 여행이 틀어지거나 했을 텐데, 여유 있는 지금의 삶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2. 한국에 있는 동안 말레이시아에서는 못 먹는 음식을 먹어야지, 생각하며 먹고 싶은 음식들을 적다 보니 생각보다 세상엔 음식이 많다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육회비빔밥, 경양식 돈가스, 닭갈비에 볶음밥, 즉석떡볶이… 식도락의 의미를 깨닺는 요즘이다.
3. 유튜브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잘 탔는지 조회수가 갑자기 급상승했다. 우연한 행운에 감사했다.
2025.05.02(금)
1. 운동 끝나고 혼자 제주 시내에 볼일을 보러 다녔다. 오랜만에 한국 시내를 돌아다니니 오히려 여행 온 느낌처럼 설레었다.
2. 저녁으로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5개월 동안 못 먹고살던 한을 제주에서 2주 만에 다 푼 것 같다.
3. 오늘 꽤 많이 걸어서 그런지, 쇼핑하면서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11시쯤에 잠에 들었다. 수면제를 달고 살던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잠이 와서’ 잠을 잘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
2025.05.03(토)
1. <썬더볼츠*>를 봤는데, 오랜만에 잠들어있던 마블 덕후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영화 자체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윈터솔져 역할의 세바스찬 스텐에게 빠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마음을 쏟는 무언가가 생기는 건 꽤나 세상이 몽글몽글해지는 일이다.
2. 닭갈비를 먹었다. 별건 아니지만 6개월 만의 닭갈비다. 나는 해외에서 한식을 그리워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식만큼 다양하고 간을 잘 맞추는 음식은 전 세계에서 손꼽는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3. 결국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마블 영화들을 몰아봤다. 특히 <팔콘과 윈터솔져>를 집중적으로 봤는데, 윈터솔져 버키 반즈에게 푹 빠져서 봤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이렇게 여유 있는 순간이 감사했다.
2025.05.04(일)
1. 오늘은 수업이 없는데 운동을 하러 갔다. 첫 일주일 중 6일을 운동한 셈이다. 많은 돈과 결심을 투자해 놓고 작심삼일일까 봐 스스로 두려웠는데, 약속을 지켜줘서 나에게 고마웠다.
2. 어제 워낙 늦게 자서 하루 종일 정신이 멍했다. 그래서 나들이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서 온종일 누워있었는데, 나답지 않은 하루였다만 피곤할 때 언제든 누워있을 수 있는 아늑한 집이 있어서 감사했다.
3. 내가 잠을 잘 자지 못하니 부모님이 모두 걱정해 주셨다. 혼자 있을 때와는 이런 게 다르다. 날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가슴 한편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