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주의자의 일일 행복 기록(3주차)

게으른 행복도 인정해 주나요?

by 시옹

2025.04.21 (월)

1. 제주에 오면 아침에 도서관에 가보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계획대로 실행했다. J로서 계획대로 움직인 것이 만족스러웠다.

2. 이모가 주고 가신 더치커피가 맛있었다. 모카빵 한 조각과 함께 먹으니, 그 맛있는 조화가 점심을 먹고 빵까지 먹는다는 죄책감을 나른히 덮어줬다.

3. 오랜만에 직장인이 아닌 월요일을 보냈다. 하루가 정만 느긋하고 길었다.


2025.04.22 (화)

1. 아침에 비가 오는데도 러닝을 했다. 고작 30분 3.5km 뛰는 걸 굳이 비도 오는데 왜 하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걸 습관으로 만들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뛰도록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귀차니즘을 이겨낸 후의 보상은 소소한 뿌듯함이었다. 물론 이거 하루에 30분 한다고 몸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겠지만, 습관이 중요한 걸 알기에. 거기서부터 시작인 것을 알기에.

2. 점심에 제주시민들만 아는 국수맛집에 갔다. 대야만 한 그릇에 들깨칼국수와 비빔막국수를 먹었는데, 둘 다 참 맛있었다. 먹을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과거가 무색할 만큼 요즘 음식을 참 잘 먹고 모든 게 맛있다. 그러니 세상에 훨씬 기대할 소박한 것들이 많아지더라.

3. 저녁에 부모님과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함께 보았다. 정말 별거 아닌 영화였지만 함께 익숙한 소파에 앉아 같은 걸 보며 공유하는 시간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2025.04.23 (수)

1.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정이 없으신 날이라 용눈이오름과 서우봉에 나들이를 갔다. 적당한 날씨와 아름다운 제주 덕분에 행복했다.

2. 오늘 일정은 내가 계획했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고마웠다.

3. 장 보러 가서 찾던 오트밀과 땅콩버터, 그릭요거트를 샀다. 내일부터 건강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2025.04.24 (목)

1. 아침에 러닝을 하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다. 제주에 온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2. 한라도서관에 가서 유튜브 컷편집을 끝냈다. 영상편집을 하면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다. 아직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건 일일 행복 기록이니 여기서만큼은 집중을 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이라 믿어야겠다.

3. 아버지와 둘이서 저녁을 먹었는데, 어머니 김치가 볶으니 더 맛있었다. 아하, 하루가 단순하면 먹을 것이 생각보다 상당한 행복이구나.


2025.04.25 (금)

1. 아버지께 부탁드려 운전연습을 받았다. 너무나 운전을 잘하고 싶은 나로서는 정말 어렵고도 기쁜 한걸음이었다.

2. 어머니와 함께 카페에 가서 어머니는 그림을 그리시고 나는 영상편집을 했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는 앞과 옆이 모두 통유리라서 바깥의 싱그러운 제주의 봄이 그대로 보였다. 작업 자체는 눈살 찌푸려졌지만, 어머니와 함께한 그 공간과 시간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양고기를 먹은 지 얼마나 됐던가. 필리핀에서 한 번도 못 먹었으니 5개월은 넘은셈이다. 저녁으로 양갈비를 마당에서 구워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방금 전까지 하고 있는 고민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게 만들었다. 오로지 고기의 신선한 식감과 불러오는 배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2025.04.26 (토)

1. 미뤄두던 짐정리를 했다. 옷정리를 하니 오랜만에 보는 옷들이 마치 새 옷을 장만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의 3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마음속 짐도 정리한 것 같다.

2. 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집이 주택이라 밖에 초록빛 마당도 보이고 햇살도 보여서 그런지 답답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집’이라는 감정.

3. 회사 다닐 때는 정말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달고 살았는데, 요즘은 낮에 커피 안 마시고 낮잠 안 자는 정도의 노력만 해도 1시가 넘으면 잠에 들 수 있다.


2025.04.27 (일)

1. 운전연습으로 제주대까지 다녀왔다. 시속 80km를 달리는 길이라 엄청 긴장했는데, 다녀오니까 좀 뿌듯한 것 같다.

2. 영상편집을 끝냈다. 요즘에 조회수가 유난히 안 나오는데, 이건 행복일지니까! 성과 없이도 꾸준히 하는 스스로를 쓰다듬어줘야지.

3. 돈을 빌렸던 친구가 갑자기 3달 만에 연락이 와서 빌린 돈의 반을 계좌이체해 줬다. 너무 뜻밖이라 놀랐고, 아예 안 갚을 거라 생각해 포기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용돈 받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당해놓고도 월급이 밀려서 돈을 못 갚았다며 미안하다는 그의 말에 측은함을 느끼는 내가 웃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