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마지막 주
2025.06.09(월)
1. 부모님과 함께 우도에 가서 자전거를 탔다. 날씨도 참 좋았고, 특히 어머니께서 평소 자전거 타는 걸 무서워하셨는데 이번을 계기로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신 것 같아 덩달아 나도 행복했다.
2. 아침 필라테스, 우도 사이클링,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스노클링까지 해서인지 정말 피곤했다. 아늑한 침대에 누워 정말 달콤한 잠을 잤다.
3. 집에 가기 전에 배가 많이 고플 것 같아 편의점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예전 서울 자취할 때는 늘 사 먹었던 평범한 참치마요 삼각김밥인데, 앞으로 해외에 살게 되면 못 먹을 것 같아 뭔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바뀌면 아는 것도 낯설어지는구나.
2025.06.10(화)
1. 어제 필라테스를 할 때는 몰랐는데, 다음날이 되니 운동했던 부위가 아프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럴 때의 뿌듯함을.
2. 미루고 미뤘던 할 일을 했다. 항공권을 구매하고, 알뜰폰도 알아보고, 제주 마음샌드도 알아봤다. 이제 짐만 싸면 출국 준비 끝!
3. 인터넷 검색과 본인 인증의 지옥을 넘나들다 보니 괜히 답답함과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도 이성을 찾고 주변인들에게 그 짜증을 표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2025.06.11(수)
1. 서귀포로 수국 꽃구경을 하러 갔다. 수국이 완전 만개해서 정말 아름다웠는데, 옷도 푸른 수국과 맞춰 입고 가서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2. 오늘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아서 금능해수욕장에서 부모님과 치맥을 했다. 부모님과 언제 또다시 이런 여유를 느낄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
3. 어머니와 목욕도 다녀왔다. 산방산 탄산온천이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오랜만에 서로 등을 밀어주고 사우나도 들어갔다오고 하니 묵은 때와 함께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2025.06.13(목)
1. 딱히 어디 놀러 가지는 않았지만 여러 볼일을 클리어한 날이다. 주민센터도 갔다가, 다이소도 갔다가, 피부과도 갔다가, 먹고 싶었던 와플도 사 먹었다.
2. 드디어 한국을 떠나기 위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정리를 잘해놔서 그런지 생각보다 수월했다.
3. 오늘 운동을 마무리하면서 러닝을 정말 하기 싫었지만 결국 해냈다. 운동만큼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올려주는 게 없는 것 같다. 아, 음식이 있구나?
2025.06.13(금)
1. 백수로 보내는 마지막 평일이었다. 이 게으른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도 안 가고, 낮잠도 잤다.
2. 오늘도 착실히 한국을 떠날 준비를 했다. 폰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꾸고, 짐도 좀 더 쌌다.
3. 제주엔 오늘부터 비가 많이 올 예정인가 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저녁으로 막걸리와 감자전을 먹었다.
2025.06.14(토)
1. 이호테우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제주와 작별인사를 했다. 모래가 정말 부드러워서 감촉이 발에 그대로 느껴졌다.
2. 내일 출국이자 내일모레 출근인데 그다지 긴장되지 않았다. 긴장되면 잠도 설칠 텐데, 그렇지 않아서 감사했다.
3.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두 달간 포근하고 아늑했던 집에 마지막으로 감사했다.
2025.06.15(일)
1. 일찍 일어나 제주-김포-인천-쿠알라룸푸르 일정을 소화한 날. 물론 힘들었지만 모두 순조롭게 진행돼서 감사했다.
2. 한 달 동안 묵을 호텔이 예상보다 괜찮다. 육안으로 보기엔 바선생이 나올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3. 아직까지 실수로 한국에서 안 챙겨 온 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 3달이 되지 않았는데 행복 기록을 마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또다시 해외에 살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해외생활에 집중한 글을 써보려 한다. 절대 '영원한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서 기록을 마치는 게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그러나 확실히 깨달은 것들은 있다.
1. 감사함과 행복감은 한 끗 차이다.
2. 성취감과 행복감도 한 끗 차이다.
3.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단순한 행복부터 할 일을 해내는 묵직한 행복까지, 모두 필요한 행복이다.
미래에도 불행의 늪에 빠지는 시기가 온다면, 다시 회의주의자의 행복 기록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