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문명의 첫 입

멕시코 칸쿤

by 시옹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 멕시코 칸쿤.

나는 2019년 5월 초,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끝마치며 친해진 체코 친구와 함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 남짓의 남미여행의 첫 시작점이었다.

이미 혼자 한 달 여행을 다녀온 유럽과는 달리 영어로 잘 통하지 않고, 남미는 그때 당시엔 미지의 대륙이라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서양 친구와 함께한 멕시코 칸쿤은 여느 휴양지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Hotel NYX Cancun (NYX 호텔)

수많은 과제와 시험들을 끝마치고 온 우리는 우선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즐겼다.

신혼여행자들을 위한 리조트들이 줄지어있는 '칸쿤 호텔 존(Cancun Hotel Zone)'에 있긴 하지만 비교적 오래된 호텔이었다. 하지만 23살의 학생 입장에서는 해변가와 수영장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고, 칸쿤 호텔들의 특징적 혜택인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혜택 덕분에 마치 돈 많은 백수가 된 듯한 나날들을 보냈다. 올 인클루시브는 호텔 내 레스토랑과 칵테일이 상시 무제한 제공되는 혜택을 말한다.

쉴세 없이 과제를 해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쌌던 과거가 무색하게 여유 넘치는 이곳에 오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만달라 클럽(Mandala Club)

사실 멕시코 칸쿤만 여행을 했다면, 진정하게 멕시코를 여행했다 말할 수 없다.

그만큼 관광에 특화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관광지인 만큼 유흥거리가 넘치는데, 그중 하나가 호텔 존(Hotel Zone)에 위치한 클럽 골목이다. 멕시코이니 만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이 호텔존과 시내 외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짜릿하게 기억에 남을 밤을 위해 우리는 호텔에서 커다란 테킬라 샷을 마시고 클럽 골목으로 향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만드는 음악이 귀가 터지도록 울려 퍼졌다. 호객 행위도 엄청났다. 우리는 클럽 중 만달라 클럽(Mandala Club)이라는 곳에 갔는데, 우선 여느 클럽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휴지 낭비(?)에 경악을 했다. 한 겨울밤에 눈 내리듯 하늘에서 휴지가 쏟아졌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작은 동양인 여자로서 다른 남자들에게 내가 크게 매력적으로 보였을진 모르겠다. 음악이 좋아서 친구와 춤을 추고 있으니 자꾸만 작은 샷(Shot)부터 칵테일까지 다양한 술들을 계속 가져다줬다.

여자들은 모두 아름다웠지만 남자들은 모두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인의 섬(Isla Mujeres)

나름 광란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간 곳은 여인의 섬. 여인의 섬은 멕시코 칸쿤 옆에 있는 기다란 섬인데, 칸쿤과 가까워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카리브해(Caribbean Sea)가 정말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4개월 만에 미국 문화에 익숙해진 나는 배 2층에서 풍경을 즐기며 피부를 따사로운 햇빛에 마음껏 내주었다.

멕시코 칸쿤은 여러모로 상업화가 심하게 되어있는데, 여인의 섬도 마찬가지였다. 로컬들이 관광객들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걸어 다니는 지갑으로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여인의 섬 최남단 해안가인 푼타 수르 (Punta Sur)에 다녀왔다. 사람 반 이구아나 반이었다. 딱히 대단한 무언가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운명처럼 만난 체코 친구와 함께하는 멕시코 섬 여행이라니! 혼자 여행하면서는 할 수 없는 대화들과 경험들이 참 소중했다.




치첸이샤 (Chichen-itza) 쿠쿨칸의 신전(Temple of Kukulcan)

다음으로 들린 곳은 치첸이샤였다.

치첸이샤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대 마야문명의 유적지다. 피라미드 같이 생긴 재단과 함께 천년이 넘은 유적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치첸이샤에서 가장 유명한 이 피라미드 재단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엘 카스티요(El Castillo)", 스페인어로 성(Castle)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보고 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원래 마야인들은 이 재단을 뱀의 신인 "쿠쿨칸의 신전(Temple of Kukulcan)"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단순한 피라미드가 아니라, 아직도 과학적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는 마야인들의 정교한 수학적 지식이 집약된 '돌로 만든 달력'이다. 계단을 모두 합하면 1년을 의미하는 365개의 계단이고, 태양이 질 무렵에는 빛과 그림자의 굴곡으로 거대한 뱀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순간이야 말로 내가 정말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세계역사책에서만 듣던 마야인들의 작품을 두 눈으로 보다니.



익킬 세노테(Ik Kil Cenote)

치첸이샤(치첸 이트사)를 방문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는 익킬 세노테다.

익킬 세노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마야인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장소였다고 하는데, 이 이유는 직접 눈으로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세노테(Cenote)는 석회암이 함몰되고 지하수가 드러나면서 생긴 천연 우물을 뜻한다.

신들의 노천탕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지상에서는 나무덩굴들이 장식처럼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햇빛에 부딪혀 눈부신 반짝이를 만들었다.

우물의 깊이 자체는 40~50m로 굉장히 깊다. 당시에는 아직 프리 다이빙이나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전이라 간단한 수영만 즐겼다.

언젠가 다시 가서 신들의 노천탕을 깊숙이 탐험하고 싶다.




티지민 마을(Tizimín, Yucatan)

일일투어를 신청해 다녀온 티지민 마을. 티지민은 칸쿤 유카탄 내의 작은 마을이었다. 핑크 라군(Las Coloradas)이라는 분홍빛으로 유명한 호수를 보기 전 들리는 곳이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칸쿤 호텔존과 다운타운에서는 절대 볼 수 있었던 날것의(?) 멕시코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이런 걸 보고 싶어서 여행을 왔지, 멕시코 페소보다 미국 달러를 더 좋아하는 잡상인들을 보러 여행을 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핑크 레이크 (Las Coloradas)

핑크 라군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와 정말 분홍색이다"였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핑크빛이었다. 호수에 사는 붉은 플랑크톤과 소금호수 새우(Brine Shrimp) 때문이라고 한다. 물이 증발하면서 염도가 높아지면 이 플랑크톤 미생물들이 활성화되어 강렬한 분홍빛을 만들어내고, 결정적으로는 천연 소금을 만든다고.

우리가 아는 홍학이 분홍색인 이유도 바로 이 호수의 붉은 플랑크톤과 새우를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쩐지 색이 닮아있다 했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엄청나게 태양이 뜨겁다"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고, 호수의 자연 짠내(?)가 코를 찌르면서 쨍한 뙤약볕이 더 강렬히 두피에 내리꽃혔다. 피부가 삽시간에 구릿빛이 될 것 같았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선글라스를 끼고 보니 여기저기 소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소금 바람이 세게 불어서 입이 바짝 마르면서 어느새 짠맛이 났다. 궁금한 건 못 참는 나, 호숫물을 살짝 먹어보니... 매우 짰다.




보트 투어를 하면서 핑크 라군의 색을 똑 닮은 플라밍고(홍학)를 봤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저들을 구경하는지 모르겠지만, 상업성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100% 자연을 보는 기분이었다.

살면서 보트를 타고 강 구경을 하는 것이 당연히 처음이 아니었지만, 멕시코라서 그런지 더욱 아마존 밀림이 연상되는 풍경이었다. 시원한 바람과 보트 기사에 재치 넘치는 보트 운전 묘기로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보트 기사는 생선을 가지고 새들과 밀당을 했다. 분명 수없이 많은 날들 동안 관광객들을 위해 똑같은 묘기를 부리셨을 텐데, 여전히 티끌 없이 해맑은 그의 모습에서 멕시코의 낭만을 읽었다.




리오 라가르토스(Rio Lagartos)

투어의 다음 목적지는 리오 라가르토스라는 마을이었다.

리오 라가르토스는 작고 평화로운 멕시코만(Gulf of Mexico)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로컬 점심을 먹었는데,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간이 기가 막힌 치킨튀김, 밥, 샐러드, 나초가 나왔다. 함께한 체코 친구는 생선구이를 시켰는데, 그 또한 맛있었다. 이때부터 멕시코 음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악어 농장(Crocodile Farm)

파충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변 사람들 중 파충류를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개구리, 뱀, 도마뱀 등.

나는 사실 동물이면 모두 좋아해서, 투어 마지막으로 들린 악어 농장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대충 철장 안의 악어를 보고 올 줄 알았는데, 이 악어 농장, 범상치 않았다.

나보다 훨씬 큰 악어에게 먹이를 직접 주는 체험부터 시작해서, 새끼 악어부터 청소년 악어, 성인 악어까지 성장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호기심에 눈이 커진 나를 보았는지, 농장 주인이 새끼 악어를 나에게 건네줬다. 옆에 있던 친구를 경악을 했다. 나는 생각보다 악어의 피부가 부드러워서 놀랐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악어가죽 물건만 만져봤지 살아있는 악어는 처음 만져본 것이었다. 얌전히 손에 놓여있어 주는 악어가 귀여워서 뽀뽀를 해주었다.


멕시코 칸쿤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상천외한 남미여행이 시작되었다.

체코로 돌아가는 친구와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페루 리마로 향했다.

"살아 돌아와야해!"

진심으로 걱정하던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만한 백팩을 메고 공항 체크인 창구를 넘으면서 나는 대답했다.

"I' try!"



Mexico, Cancun_ Key words
- Zona Hotelera (호텔 존)
- Isla Mujeres (여인의 섬)
- Chichen-itza(치첸이샤) Temple of Kukulcan(쿠쿨칸의 신전)
- Cenote Ik Kil(익킬 세노떼)
- Tizimín, Yucatan(티지민 마을)
- Las Coloradas(핑크 레이크)
- Rio Lagartos(리오 라가르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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