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
여행으로서 첫 '모험' 같았던 남미여행의 시작점, 페루 리마.
많은 남아메리카 여행자들이 페루 리마를 첫 도착지로 선택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리마 공항(LIM)은 남미에서 가장 연결성이 좋은 공항 중 하나다. 북미,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 주요 도시(보고타, 산티아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파울루 등)를 잇는 항공편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남미여행을 하면서 꼭 유념해야 하는 특이점이 바로 '고산병'이다. 고산병은 보통 해발 2,500m 이상의 고지대로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해서 몸에 이상증세가 생기는 병을 말한다. 남미는 이 고산병이 올 수 있을 만큼 높은 지대가 많아서, 해수면 높이에 위치한 리마에서 1~2일 머물며 현지 분위기에 적응한 뒤 고산 제대로 이동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그런 만큼 혼자 여행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호스텔도 많고, 미국 달러를 공식적으로 페루 화폐인 솔(Sol)로 환전해 주는 직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멕시코 칸쿤은 여느 해변가 휴양지와 다를 바 없었다면, 페루 리마에서부터는 진정한 라티노(Latino)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5월 중순에 방문했던 페루 리마는 유감스럽게도 날씨가 스산했다.
사실 리마는 페루의 다른 지역들, 와카치나 사막이나 와라즈, 마추픽추를 볼 수 있는 쿠스코를 가기 전 들리는 정도의 가벼운 일정이었기에 날씨가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한 나라에 왔으면 수도(Capital City) 정도는 보고 가야지,라는 의무감이랄까? 물론 남미여행 커뮤니티에서 말로만 들은 고산병이 두려워 선택한 첫 여행지이기도 했다.
남미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어느 도시에 가던 광장이 있다.
가장 먼저 들린 곳도 리마 광장(Plaza Mayor)이었다. 생각보다 자그마해서 귀여웠다. 작은 공원 같은 광장을 노란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간간히 경찰들도 보였다.
미국에서 남미를 마치 '문명화 덜 된 무법지'로 얘기하는 걸 많이 들어서 그런지, 경찰에게 말을 거는 게 조금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었다.
"One photo together please..?"
경찰은 오히려 나를 신기해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게 세상 모든 고난을 다 겪은 얼굴을 한 경찰과 세상 해맑은 나의 투컷을 건졌다.
리마 대성당은 리마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날씨가 꿀꿀해서 그런지, 유럽에서 보던 성당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리마 대성당은 리마를 건설한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가 직접 초석을 놓았으며, 그의 유해도 이곳에 안치되어있다고 한다. 수차례의 지진을 겪으며 재건축되면서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된 독특하고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한국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한 것처럼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지우고 민족정기를 회복하려 했던 것과 페루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확고한 국가 정체성과 긴 역사가 있었지만, 페루는 스페인 침략 이후 수백 년간 혼혈(메스티소, Mestizo) 과정이 광범위하게 일어나서 이런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스페인 문화와 언어는 '침략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 나의 뿌리' 중 하나이기도 한 것이다.
리마 대통령 궁도 리마 광장 바로 옆에 있다.
한 곳에 명소가 붙어있으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하다. 경비병들이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매일 정오(12시경)가 되면 궁전 정면에서 음악과 함께 화려한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고 한다. 나는 근위병 교대식은 보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페루가 아닌 유럽 스페인에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지하에 위치한 카타콤베(Catacombe), 공동묘지 투어도 했다.
먼저 수도원을 돌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는데, 페루의 식민지 시절 역사가 고스란히 응축된 박물관 같은 곳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수도원 내부는 모든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수도원을 돌아본 후 입구부터 으스스한 카타콤베 안으로 들어갔는데, 실제 사람 해골을 처음으로 본 것 같다. 모형이 아닌 진짜 사람의 뼈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심지어 뼈들이 특이한 패턴으로 정렬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기괴하고도 예술적이어서 소름이 돋았다. 약 25,000명에서 최대 70,000명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묘지 투어 후, 산 마르틴 광장을 구경하는 중에 주변이 엄청나게 어수선해서 무슨 일인가 확인해 보니, 길거리 싸움이 일어난 것이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싸움을 구경했고, 이내 경찰이 와서 두 남자를 말렸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으나 보는 사람들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밤늦은 시간에는 광장 주변 골목이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동행들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프랜차이즈, Norky's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흔한 백종원 프랜차이즈 식당 정도로 보였다. 소고기와 감자튀김을 함께 볶은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부터 페루식 볶음밥 아로스 차우파(Arroz Chaufa), 그리고 오직 남미에서만 마실 수 있는 잉카 콜라(Inka Kola)까지 페루 음식을 제대로 맛보았다. 로모 살타도는 간장 베이스 볶음 요리라서 그런지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잉카 콜라는 노란 색깔부터 매우 흥미로웠는데, 페루에서는 코카콜라보다 많이 팔리는 탄산음료라고 한다. 바나나 크림소다 맛이 났다.
페루 리마 일일여행의 마무리는 사랑의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맺었다.
사실 원래는 사랑의 공원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워낙 뿌얘서 일몰은커녕 해가 떴는지 졌는지도 모를 하늘이었다. 공원 이름이 '사랑'의 공원이길래, 없던 사랑도 피어날 만큼 로맨틱한 공원인가 싶었는데 그저 바다가 보이는 일반적인 공원이었다. 한 쌍의 연인이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는 동상이 있긴 했다.
동행들과 아무렇지 않게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눈빛이 살갑지 않았다.
알고 보니 페루에서는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사회적 인식도 한국처럼 관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페루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다 걸리면 경찰에게 제재를 받거나 벌금까지 물 수도 있다고 한다.
'아, 우리 지금 어글리 코리안이구나'
급하게 "뻬르돈(Perdón)~" 하면서 맥주를 치웠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지만, 하나씩 파고들면 이렇게나 다르다. 이후 남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술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게 되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페루의 사막 와카치나로 떠나야 했기에, 철썩이는 파도를 좀 더 쳐다보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Lima, Peru_ Key words
- 리마 광장 플라사 마요르(Plaza Mayor)
- 리마 대성당(Catedral de Lima)
- 대통령 궁(Palacio de Gobierno)
-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Basílica y Convento de San Francisco)
- 산 마르틴 광장(Plaza San Martín)
-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 아로스 차우파(Arroz Chaufa)
- 잉카 콜라(Inka Kola)
- 사랑의 공원(Parque del Amor)